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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위천공단 개발'끝없는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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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위천공단 개발'끝없는 표류

입력
2002.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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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지 폐허…”오랫동안 ‘위천공단 예정지’로 묶여 고통 받고 있는 마을 중의 하나인 대구 달성군 농공읍 상1리를 찾아갔다. 주민들의 자조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마을의 피폐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옛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마당 넓은 한 민가는 잡초 무성한 폐가가 됐고, 사람이 사는 집도 수리를 제대로 못해 쓰러져 갈 듯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100호 가량의 주민중 대부분이 농업으로 먹고 사는 이 마을의 농로와 농수로가 예전 그대로 황폐하게 방치돼 있다. 경지정리도 엉망이다.

마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강 안쪽 저습지는 비만 오면 연례행사처럼 물에 잠기지만 소형 배수펌프장 밖에 없어 농사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강가의 농지는 물에 넘치지만 마을쪽 농지는 물이 없어 모내기를 걱정해야 한다.

이 지역이 비가 새도 기와 한 장 고치지 못하는 행위규제지역으로 묶여 온 탓에, 또 언제 공단부지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고 있는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민들은 땅을 처분하고 고향을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공단지역이라는 이유로 공시지가가 13만∼15만원에 이르지만 불확실한 장래때문에 10만원에 내 놔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

2,000평 가량의 전답을 경작하는 주민 김모(45ㆍ농업)씨는 “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세금만 많이 나온다.

상속 받은 600평의 농지에 대해 다른 농촌이면 내지 않아도 될 282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며 “농지를 처분하려 해도 거래자체가 안된다”고 한숨 지었다.

주민들은 또 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농민에게 주어지는 저리의 농가주택개선자금이나 농지 취득세감면과 같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논리와 지역감정이 덧씌어진 ‘뜨거운 감자’이고, 성사여부가 국가적 관심사가 돼버린 대구 ‘위천공단’ 문제의 시작은 지금부터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경상북도는 달성군 논공읍 금포리에서 낙동강 제방을 따라 이어진 위천리, 상리, 하리 까지 이르는 210여만 평의 땅에 대해 지방공단지정 승인을 요청했다.

이때부터 공단예정지의 난개발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이 지역은 행위제한구역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토지의 형질변경은 물론 객토나 경지정리조차 할 수 없었다.

이후 공단조성이 불투명해지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98년 행위제한구역은 해제됐지만 ‘행정권고’사항으로 개발을 억제, 주민들의 재산권이 제한 받기는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천공단 사태의 핵심은 ‘지역개발을 통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라는 경제적 논리와 ‘오염방지를 통한 자연보호와 안전한 식수원 확보’라는 환경적 논리의 충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95년 달성군이 대구시에 편입되자 대구시는 위천국가공단 조성을 또다시 추진했다.

그러나 수질오염을 우려한 부산ㆍ경남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때문에 그동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 조성을 놓고 대구와 부산 지역 주민들이 날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위천공단 사태의 핵심은 ‘개발’과 ‘환경’이라는 거창한 논리의 충돌이 아니다.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행정 및 정치권의 안이한 대처가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냉철한 분석과 판단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신속하게 도출하기 보다는 무책임하고 지리한 공방으로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선거철이면 이 같은 모습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민들은 “선거 때면 시장, 군수, 국회의원, 심지어 대통령까지 이 지역을 국가공단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한다”며 “정치인들의 빈말은 이제 신물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주민들은 “하루 빨리 공단으로 지정해 개발을 하던지, 아니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인 것이다.

마을 이장 이종환(李宗煥ㆍ49)씨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마을은 예부터 부촌으로 소문났었는데…‘공단지정’인가 뭔가 그 지겨운 소리가 나돌면서부터 마을과 사람들이 거덜났습니다”

▼위천공단 추진 일지▼

▦ 1991년 경상북도 위천지방공단 지정승인 요청

▦ 1995년 대구시 달성 편입, 대구시 건교부에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 건의

▦ 1995년 8월 건교부 구체 개발계획 및 수질오염 방지대책을 수립 제출 요구

▦ 1996년 정부 여당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과 낙동강 수질개선 병행추진 결정

▦ 1997년 건교부 위천국가산업단지 개발계획 보완요청

▦ 1998년 김대중대통령 대구시 방문시 단지지정 재확인

국무조정실 단지지정과 수질개선대책을 검토하는 위천공단대책위원회 구성

▦ 2000년 경제장관, 시.도지사 합동 회의 때 산업단지 조기 지정을 건의

▦ 2002년 '낙동강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에 관한 법률' 공포

▦ 2002년 7월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포 예정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부산ㆍ경남 환경 피해의식… 결사적 반대

대구시는 위천공단 조성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절대적인 과제로 여기고 있다.

대구시는 3대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1인당 총생산이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꼴찌이다.

이 같은 불명예에서 벗어 나고 21세기 경쟁에서 뒤 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첨단산업단지조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되고있는 수질보호 측면도 미국 알곤연구소 및 포항과학산업연구원의 연구조사결과 BOD기준 0.02ppm정도 극히 미미하게 증가는 등 오염영향이 거의 없는데다 대구시내에 산재한 산업체를 한 곳에 모아 철저하게 관리할 경우 오히려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산ㆍ경남 지역은 정 반대 입장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공단을 조성해 놓고 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이용한 사후적 환경오염방지는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염원의 원천봉쇄(공단조성 저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이다.

‘낙동강살리기 위천공단 결사저지 부산경남시민총궐기본부’와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대구시민들에게는 위천공단문제의 해결책으로 알려진 ‘낙동강 특별법’이 오히려 위천공단 조성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냉철한 경제, 환경논리로 결단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 중앙부처와 정치인들이 표만 의식해 두 지역에서 서로 다른 발언을 하는 등 정치논리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유명상기자

msya@hk.co.kr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

-최고 공약사업의 하나인 위천공단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95년 시장취임 당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대구경제활성화를 위해 위천공단조성을 계획했고 이후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점을 보완했으나 정부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위천공단 조성이 지역경제활성화는 물론 부산, 경남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질오염을 오히려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만큼 조기에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위천공단조성이 표류하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는 경남 부산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시장은 평소 근본적으로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처능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점들을 수용하여 보완했으나 정부는 국가산업단지 지정문제를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중앙정부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지역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논리를 배제하고, 무엇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냉철히 판단하여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 경남 등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들은 ‘선 수질개선 후 추진’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선의 해결책을 스스로 제시한다면.

“최선의 해결책은 낙동강 수질개선과 공단 조성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조화시켜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단지 조성을 또다시 공약으로 내걸 것인가.

“위천단지 조성은 우리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다시 출마하게 된다면 당연히 공약사업의 하나로 제시할 것이다.”

대구=유명상기자

ms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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