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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측근 읍참마속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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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측근 읍참마속 할까

입력
2002.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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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정치’가 한나라당 내분 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측근 정치 청산 문제를 두고 아직까지 이 총재의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한 관계자는 17일 “이총재는 물론 보좌진들조차 측근들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입방아에 오른 한 측근도 “(이 총재측에서)전화가 오지도 않았고, 이쪽에서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물밑의 움직임은 최근 빨라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미 지난 주 후반부터 중진ㆍ소장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보좌진들도 이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진들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측근 정치가 실재(實在)하고, 그것이 당의 단합을 해치는 요소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지만 분명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3인방이 자진해서 부총재 경선 출마 포기를 선언, 이 총재가 나서기 전에 매듭을 풀어주기를 희망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당사자 지목된 인사들의 태도는 이런 보좌진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한 인사는 “내가 경선에 나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인민재판식 분위기로 몰고 가 특정 인사를 매도하고 음해할 때가 아니다”며 “그런 움직임은 당의 전력을 흩트려 이 총재를 낙마시키려는 의도”라고 거꾸로 날을 세웠다.

이들의 완강한 태도로 보아 문제 해결은 이 총재의 어깨에 걸려 있다. 그는 측근 정치를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알고는 있다.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측근 정치의 폐해라고 할 만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보라”는 당사자들의 항변을 간단히 물리 치기도 쉽지 않다.

선출직인 부총재 자리를 두고 경선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이 총재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다. 마땅한 묘수는 찾아지지 않은 채 이 총재의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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