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17일 서울 삼성동 한국감정원 내 이용호게이트 특검 사무실. 이곳에 출근하는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의 표정은 매우 지쳐 보였다.지난해 12월11일 수사착수 이후 눈덩이 처럼 커진 이용호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해 100일 가까이를 숨돌릴 틈도 없이 뛰어 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16일 중대 결단을 했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단독으로 특검법 연장안을 제출하자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보낸 것이다.
“우리도 생업이 있는 사람들인데 더 이상은 힘들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특검팀이 발을 빼려는 속사정은 이것 만은 아닌 듯하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 기한 연장은 여야 합의로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한나라당 특검이라고 사람들이 말한다는 데…”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특정 정당 요구에 따라 기한을 연장해 보았자 ‘절름발이 특검’ 소리를 듣고 정치적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는 특검팀 내부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특검은 이수동씨 등 권력실세들을 구속하면서 여러 정치적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팀이 기여한 공로는 정치적 계산과 복선에 따른 비아냥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 조차 “특검팀이 성역을 다 깨주어서 앞으로 권력형 비리사건을 대하기가 한결 홀가분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차 특검에 대해 “수사 기술이나 감(感)이 뛰어나기 보다는 우직하게 뚜벅뚜벅 걷는 스타일”이라고 평했고, 그 평가는 틀리지 않아 보인다.
이상수(李相樹)특검보 등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을 검찰이 놓친 것이 인사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일례”라는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검팀은 아마 움직이기 싫을 것이다. 남아있는 의혹들은 단순히 사건 뒷처리가 아닌 권부에 비수를 들이댈 수도 있는 험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개인 사업자’인 자신들의 신분상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다시 한번 차 특검팀이 뚜벅 뚜벅 걸어가 주길 고대한다. 물론 그 전제는 정치권이 입을 꼭 다물고 그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다.
이태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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