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전 무역 전시관에서 치러진 대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의 텃밭임을 의식한 나머지 후보 4명이 ‘까치밥’을 놓고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였다.이 후보를 밀어주더라도 자신들이 먹을 것을 남겨달라는 애교 전술이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이 후보가 67.5%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선두로 올라서자, “아무리 텃밭이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오후 2시께 ‘이인제 후보, 894표’라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순간, 이 후보는 처음으로 경선 1위를 차지한 기쁨 때문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거인단에 연거푸 인사했다.
이 후보측 사람들도 서로 얼싸안은 채 ‘이인제,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 후보는 상기된 목소리로 “그 동안 삼각파도에 휩쓸려 죽을 고생을 했다”며 “대전서 목마르게 기다리던 1등을 차지해 기쁘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어느 곳이나 지역정서는 있기 마련”이라고 애써 태연해 했다.
광주 경선 3위에 이어 이날 4위에 그친 한화갑(韓和甲) 후보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려 했던 광주 시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합동연설에서 후보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노무현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내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이기는 것으로 나온 만큼 나를 뽑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이인제 후보는 “수 백번 여론조사에서 내가 가장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만큼 단 한 번의 여론조사로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지난 총선 때 내가 20% 앞섰으나 결국 16표차로 졌다”면서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부각시켰다.
○…16일 광주 경선에선 2,000여명의 선거인단 외에 일반 시민 1,000명이 끝까지 경선결과를 지켜봐 이 지역의 관심을 반영했다.
개표결과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595표로 1위로 확정되자, 노 후보측은 ‘광주시민 위대한 승리, 만세’를 외쳤다.
노 후보는 “김근태 고문이 노무현 지지를 호소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털어 놓았다.
합동유세에선 후보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빌라 게이트’를 겨냥해 ‘서민 대통령(노무현)’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인제)’ ‘지게지고 고학한 사람(한화갑)’ ‘미나리 소년(김중권) ’ ‘소년가장 출신(정동영)’으로 자신들의 ‘서민’이미지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주최측이 착오로 김중권 후보의 연설시간(12분)을 2분 앞당겨 종료하다 김 후보측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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