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불러야 응원 소리도 크다.’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는데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다.월드컵 개최도시의 대표적인 음식을 소개한다. 어느 지방의 사람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맛을 뽐낸다. 향토색 짙은 맛을 느끼며 그 지방의 서정까지 입으로 읽어보자.
군에 다녀온 남자라면 기억에 남는 생선 요리들이 있을 것이다. 맛나서가 아니라 반대의 경우다. ‘정어리된장찌게’, ‘고등어국’ , ‘꽁치튀김’ ….
우리의 조리법으로 따지자면 조화롭지 않은 음식들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말만 들어도 윗배가 움찔할 정도이다. 고참의 눈총 때문에, 아니면 배가 고파서 겨우 순가락을 대곤 했다.
‘갈치국’도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런 경우에 속한다.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기 때문이다. 은빛이 선명한 갈치 토막이 뜨거운 국물 속에 들어있다는 시각적인 느낌부터 ‘얼마나 비릴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러한 선입견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가로막는다.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갈치국은 귀한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이었다. 그만큼 맛이 별나기 때문이다.
갈치는 풍부한 단백질과 적당량의 지방을 함유한 영양식품. 인산의 함량이 많기 때문에 야채와 잘 어울린다. 갈치국에서 궁합이 맞는 야채는 호박과 배추다.
싱싱한 갈치를 토막내 끓는 물에 넣고 끓인다. 어느 정도 국물이 우러났을 때 단호박과 배추 등 야채를 넣고 다시 끓인다.
너무 끓이면 갈치의 살이 풀어진다. 적당히 끓이는 것이 비법. 마늘과 매운 풋고추로 향을 조절한다.
갈치국은 식기 전에 모두 먹어야 제 맛. 매콤한 풋고추의 향기가 자극적이다. 신기하리만치 비린내가 없다.
담백하고 구수하다. 톡 쏘는 고추의 향기까지 가세해 입 속이 꽉 찬 느낌을 준다. 아침 해장국으로도 모자람이 없다.
국 속에 들어있는 갈치 토막을 꺼내 먹는 맛도 별나다. 끓는 물 속에서 갈치의 살은 오히려 더욱 쫄깃쫄깃해진다. 맛이 달다. 이쯤 되면 해장술까지 청해야 할 판이다.
대부분의 갈치국 전문점에서는 갈치회와 구이를 함께 한다. 갈치회는 고소한 맛으로 혀를 사로잡는다. 한번 맛보면 광어나 우럭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갈치구이는 특히 아이들을 유혹하는 음식. 육지의 갈치구이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토막이 어른의 손바닥만하다.
두툼한 갈치에 왕소름을 얹어 굽는다. 살이 부드럽다. 아이스크림처럼 말랑말랑 떨어진다. 밥을 잘 안먹는 아이도 한 점 한 점 떼어주면 한그릇 뚝딱이다.
■갈치요리전문점(지역번호 064)
칠십리갈치요리전문집 762-2366, 탐라갈치요리전문점 763-6676, 송화촌 733-7102, 서귀포항은갈치 762-6056, 괸당내갈치요리전문점 732-3757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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