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일정 혼선안팎두 차례의 번복을 거쳐 확정된 탈북자 25명의 서울 도착 일정은 긴박했던 한국, 필리핀, 중국 3국간 물밑 교섭의 결과이다.
정부는 당초 탈북자들을 필리핀으로 이동시키면서 2~3일 체류시키는 방안을 택했다.
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는 15일 오후 5시께 “탈북자들이 16일에는 서울로 오지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당국자는 “서울로 즉시 데려올 경우 좋지않을 수 있다는 감을 중국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과 북한입장을 고려해 일시 체류방안을 추진했다.
중국은 제3국 체류에 관해 명시적인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원만한 수순’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존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측 입장은 필리핀측에 적절히 전달되지 못했다. 프랭클린 에브달린 필리핀 외무차관은 3일간 체류시켜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손상하(孫相賀) 주 필리핀 한국대사와 만난 직후인 15일 저녁6시 “탈북자들은 16일 한국발 첫 항공편으로 떠날 것”이라며 한국측 발표를 반박했다.
정부발표 보다 늦게 손대사의 입장이 전달되거나 우리측이 지나치게 낙관했던 것 같다.
2년 전 수교한 북한측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필리핀측 발표가 나오자 정부는 15일 밤 10시 부랴부랴 도착일을 16일로 수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다시 반전돼 로일로 골레즈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이 15일 밤 11시 “탈북자들이 3일간 필리핀에 머물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당국자들은 “우리가 믿었던 필리핀 채널이 뒤늦게 가동했다”면서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한국측 입장을 배려하라는 지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비로소 정부는 16일 아침 탈북자 입국일정을 확정,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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