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권 사정 착수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유종근 전북지사의 소환방침에 이어 김운환 전 의원이 긴급체포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 때문이다.이번에 이들이 연루된 사안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갖가지 잡음으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던 사건들.따라서 상당기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이들 사건을 검찰이 사정의 신호탄 격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검찰은 공식적으로 '사정'이라는 표현을 피하면서도 "어떠한 고려도 없이 적발되는 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수사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이와 관련,검찰의 고위관계자도 "현 정권 들어 변변한 정치인 수사가 없었다"며 "형식이야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 사정 착수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검찰의 의지는 이명재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난 1월부터 간접적이지만 확실하게 표출돼 왔다.대검 관계자는 "2월 인사에서 재정비된 대검 중수부 등 전국의 특수수사 라인을 보면 수뇌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적자금비리를 수사 중인 중수부에서도 "설이 지나고 봄이 오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정가와 법존계에서는 이러한 정치인 수사의 배경을 두고 검찰과 집권층간 교감을 통한 기획사정설과 검찰이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독자적 카드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지방선거와 대선 등 중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감표요인을 확실히 제거하고 한나라당의 집요한 견제를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기획사정설의 근거.이를 위해 우선 내부비리부터 쳐나가는 과정에 유 지사와 김 전 의원이 수사망에 걸려들었다는 설명이다.검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검찰권 행사로 해묵은 숙제인 정치적 중립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있을 수 없다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각 지검·지청의 특수수사를 기획·지원하는 박 만 대검 수사기획관은 "두 사건을 포함해 앞으로도 수사시기 등과 관련한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검찰이 자체 수사일정에 따라 유 지사나 김 전 의원을 적발한 것인데 공교롭게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인 사정작업이 필수적이라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특히 특검이 성역없는 수사로 검찰이 놓인 정·관계 실세들을 줄줄이 사법처리하고 있어,검찰로서도 어떻게든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 총장 취임 후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지만 막상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사성과는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수뇌부 모두 자리를 건다는 심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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