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경유한 한국행’으로 귀결된 베이징(北京)주재 스페인 대사관의 탈북자 농성사태는 앞으로 수십만에 이르는 중국내 탈북자 문제에 다양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우선 중국 내 외국공관 농성, 제3국 경유, 한국 행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탈북자들의 유력한 한국 망명 통로로 자리잡게 돼 유사한 사태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장길수군 가족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진입 농성에 이어 이번에 6가족이 집단으로 거사를 감행한 데서 나타나듯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 탈출도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탈북자 25명의 처리에서 나타난 스페인 중국 등 관련국들의 대응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에도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탈북자들을 불법 월경자로 간주해온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과의 관계,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식량난 때문에 월경한 탈북자가 많은 상황 등을 고려한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난민 여부의 결정 주체를 체류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제법에 따라 앞으로도 탈북자의 제3국행이나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등을 결정할 권한은 전적으로 중국에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지난 해에 이어 신속하게 제3국 행을 결정한 것은 앞으로도 세계무역기구(WT))가입, 올림픽 개최 등으로 국제적 시각을 갖추게 된 중국이 탈북자의 인도적 처리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낳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역풍도 적잖게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난 해 길수군 사건 이후보다 단속이 더 강화돼 탈북자들의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게 틀림없다.
지난 해에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가 공안 당국에 억류되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더 심한 탄압이 가해질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기획한 측이 너무 단순한 생각에서 일을 벌였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이 같은 사태에 연루되길 꺼려 하는 베이징 주재 외국 공관들이 경비를 강화하는 등 몸을 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 정부도 이제는 탈북자 문제를 동포애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처리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이탈 문제를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고 대처할 것인지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위주인 탈북자 한국 적응 프로그램을 가족 단위로 개편하는 것은 사소한 부분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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