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꿩만두…. 고향음식으로 푸짐하게 대접해야죠.” “자유의 땅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주중 스페인대사관에 피난한 탈북자 25명이 이르면 16일 서울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지원 단체와 탈북자들은 밤잠을 설치며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이들은 “목숨 건 엑소더스에 마음 졸였는 데, 천만다행”이라면서도 탈북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멈추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 지원단체 표정
이번 탈북에서 측면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목사 이모씨는 “이 일을 계획한 활동가들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모두 무사히 한국에 오면 조만간 진행 과정 설명 등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활동가들이 ‘기적적인 한국행에 대해 감사 드린다’는 간단한 소감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의 이승용(李承龍) 평화인권부장은 “이렇게 빨리 기쁜 소식을 접할지 몰랐다”며 “앞으로 탈출 방법을 보다 다양화하는 방안이 지원단체 사이에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탈북자 반응
국내에 정착해 있는 탈북자들은 집안 경사를 맞은 듯,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인 백두한라회 김성민(金聖玟) 회장은 “탈북자에게 이번 일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공항에 손님맞이 나갈 생각”이라고 기뻐했다.
96년 입국, 북한음식전문점 ‘청류관’을 운영하며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이정국(李正國ㆍ35)씨는 “끼니도 제대로 못 때웠을 텐데 고향음식으로 푸짐하게 대접하고 싶다”며 “조만간 환영잔치를 베풀고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장길수(18) 군은 “혹시 어머니 소식을 아는 분이 있으면 꼭 만나게 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탈북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 황재일(黃材一) 간사는 “길수 가족이 베이징에 있을 때 쏟아지던 관심이 서울에 오자 뚝 끊겨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탈북자 문제를 일과성으로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탈북자들의 한국 생활에 필요한 지원금 모금과 자원봉사자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 공항 준비ㆍ표정
인천국제공항, 경찰 등 관련기관들도 귀한 손님 맞이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관은 우선 항공기 계류장 주변을 비롯, 공항 주요지점에 평소보다 많은 보안 요원들을 배치하는 한편, 게이트별로 검색을 강화하고있다.
또 인천공항을 빠져나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만일의 사태로부터 탈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길목 검문검색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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