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읽으신 많은 분들이 드라마 ‘상도’를 보고 실망했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준 제작진의 상상력에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별들의 고향’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1974년)는 화도 많이 냈는데 지금 드라마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MBC TV 드라마 ‘상도’(극본 정형우, 연출 이병훈)의 원작자인 소설가 최인호(57)씨가 처음으로 드라마 시청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15일 첫 회 방송 때부터 아내 황정숙(57)씨와 드라마 ‘상도’를 계속 봐왔다는 최씨는 13일 “제작진은 원작의 30%만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볼 때 40% 이상 원작을 충실히 보여줬다”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같은 평가는 최근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자 복거일씨가 영화를 혹평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더욱이 조선 최대의 거상 임상옥(1779~1855)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상도’가 원작에도 없는 인물(정치수 채련 다녕)과 이야기(임상옥이 다녕을 구하기 위해 관군에 10만 냥을 건넨 일)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어 원작자인 최씨의 평가는 주목된다.
최씨는 “드라마 ‘상도’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TV문학관’이 아니다”라며 “10부작도 안 됐을 원작소설을 50부작으로 만들려면 드라마적 상상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궁중암투 중심이었던 기존 사극과는 달리 “시청자들에게 ‘옛날 상인의 정신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알려준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씨가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 본 인물은 송상 대방 박주명(이순재)의 며느리 다녕(김현주).
극 초반에는 거대 상단을 이끄는 여자 대행수로서, 6부를 남겨놓고 있는 요즘은 홍경래(박찬환)의 난으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비운의 여인으로서 다녕의 존재가 눈에 확 들어온 것. 자신의 작품에는 없는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천주교에 귀의해 결국 순교하는 원작의 ‘송이’를 대신한 인물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송이가 죽는데 드라마에서만큼은 다녕이라는 인물이 꼭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병훈 PD에게 ‘살려주소’라고 부탁했는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주인공 임상옥 역을 맡은 탤런트 이재룡의 연기에 대해서는 “흡족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재룡씨가 처음에는 이미지가 약해보였지만 외유내강이라는 말 그대로 점점 카리스마를 갖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집사람도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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