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탈북자 25명이 베이징(北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해 한국 망명을 요청한 것은 동구권 붕괴 이후 급증해 온 북한인들의 탈북 사태에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우선 이번 사건은 한국 망명을 위해 중국 내 외국 공관을 이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미 지난 해 6월 장길수군 가족이 중립적 위치인 베이징 유엔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에 진입, 한국 망명에 성공한 적이 있어 앞으로 중국 내의 3국 공관 등 치외법권 지대가 탈북자들의 망명 코스로 활발하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또 길수 가족 망명 때처럼 탈북자 지원 조직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져 탈북자 구조 사업이 매우 조직화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해에는 한 가족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6가족이나 돼 규모도 커졌다.
25명이 집단을 이뤄 그리고 조직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인들이 중국과 북한 당국의 추적으로 막다른 처지에 몰린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심한 식량난과 생활고에 지쳐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은 10만~20만 명의 중국내 탈북자들은 적발될 경우 북한으로 송환돼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는 등 엄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불법 체류로 생활도 매우 곤궁하고, 한국으로의 망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외국 공관은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감행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탈출자들의 수와 규모도 증가하고 인권단체들의 도움도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1989년 동독의 붕괴가 오스트리아 등의 각국 공관으로 동독인들이 대량 탈출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등이 동독 주민들에게 우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다. 지난해 길수 가족 망명사건 이후에도 탈북자 수색이 크게 강화됐었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탈북 사태에 예민하게 대응해 온 한국 정부도 이제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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