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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초저금리'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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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초저금리' 함정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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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 미 MIT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에서 일본이 1950~89년에 이룩한 경제발전 모델을 한국이 60년대 초부터 벤치마킹함으로써 2~3년간의 IMF 고통속에서도 지난해 아시아의 4마리 용가운데 유일하게 2~3% 나마 플러스 성장을 이룬 것으로 추정했다.그는 “한국의 재벌체제와 유사한 일본의 보수적 경영 패턴인 계열 체제가 정경유착을 초래, 자금의 대기업 집중 현상을 조장하고 시장 점유율에만 연연하다 장기 수익성을 외면하는 풍토를 조성해 90년부터 일본의 위기를 불렀다”며 “한국이 이 전철을 밟는다면 단기의 불황이 아닌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의 이 같은 분석은 줄곧 일본을 뒤따라온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병’을 제대로 진단해 미리 대비한다면 화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석학들은 일본의 경제침체를 5가지 함정으로 풀이하곤 한다.

첫째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시키려 하나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 함정’이고 둘째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한 초저금리하에서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다.

또 GDP의 132%나 되는 과도한 국가채무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부채 함정’과 보수적인 금융관행, 평생고용제 등 사회체제로부터 비롯된 ‘구조적 함정’,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로 초래된 불확실성 증가라는 ‘불확실성 함정’ 등이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과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최근 우리의 금융 및 기업구조 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해 국가 신용등급을 4년만에 상향조정했고, 금융전문가들도 우리를 다른 아시아 개도국들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출의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과 외국인 투자 하락, 사치 소비재 수입 및 호화 해외여행 증가 등 오락성 소비는 증가하고 생산 지표는 떨어지고 있다.

또 증권과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등 자금흐름은 왜곡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과열과 소비자 지수의 급증은 섣불리 경기회복의 징표로 보기에는 위험하다.

부동산 값도 선진국의 경우 GDP와 1:1수준인데, 우리 나라는 1:3.4에 이른다. 아직도 부동산 버블이 적지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다 금년 초에 나타났던 유동성 함정과 스테그플레이션 징후도 경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유동성 긴축과 금리인상, 정부예산의 조기집행 중단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최근의 경기과열은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초래된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융정책은 조금 더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올 여름을 지낸 뒤 유동성 문제를 거론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 시대의 경영폐습을 버리고 투명하고 수익성 위주의 기업경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또 실질임금의 인하를 통해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국가경쟁력이 오르고 일본식 위기를 피해갈 수 있다.

이광수 대천실업 전무 경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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