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부동산 투기조사에서 아파트분양가의 거품형성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이후 통상 3~4차례씩의 전매가 이뤄지고 심지어 법으로 금지된 청약통장의 매매도 2~3차례씩 겹쳐지면서 아파트분양가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부풀려진 것이다.■분양권 3차례 전매 1억4천만원 거품
중소업체 대표 황모씨는 지난해 9월 강남구 삼성동에 짓고 있는 현대아이파크 73평형짜리 아파트의 분양권을 6,5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샀다.
이 아파트 분양권의 최초 당첨자는 우모씨. 우씨는 2001년 9월 분양권 전매자 방모씨에게 1,1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했고 방씨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6,3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넘겼다.
황씨는 이 중개업자에게서 분양권을 넘겨받은 것. 결국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3차례의 전매가 일어났고 분양권은 1억4,000만원이나 뛰게 된 것이다.
인기지역에서는 한번의 전매 거래로 1억원 이상의 분양가 거품이 생기기도 했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아파트 34평형의 경우 재건축 조합에서 1999년 5월 분양권을 취득한 김모씨는 2년 후인 2001년 7월 현재 보유자인 회사원 한모씨에게 1억5,8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넘겼다.
그러나 세무서에는 양도차익을 1,000만원으로 속여 신고했다. 나머지 차액 1억4,800만원에 대해서는 4차례의 세탁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양도자의 친구계좌에 건내는 치밀한 작전까지 짠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떴다방’이 개입되면서 불법적인 청약예금통장의 매매까지 성행해 분양가의 거품이 가속화 하기도 했다. 분양권에 대한 입도선매 형식의 청약통장 거래가 분양가 거품을 부채질 한 것이다.
떴다방 업주 박모씨가 청약통장 가입자 김모씨로부터 5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통장을 넘겨받은 것은 1999년4월. 1년 뒤에 김씨는 회사원 한모씨에게 1,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통장을 양도했고 한씨는 이 통장으로 아파트에 당첨됐다.
한씨의 분양권은 이후 2차례의 전매과정에서 2,400만원이 부풀려져 현재 보유자에게 도달했다.
■분양권 전매조치 확대 실시 시급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된 분양가 전매과정의 탈세자에 대해 고율의 추징세를 부과하는 한편 불법적인 청약통장 거래는 건설교통부에 통보해 최초 분양권 당첨 자체를 무효화할 방침이다.
또 앞으로는 분양권을 명의변경 없이 중간에서 전매해 탈세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하는 등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기 방지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떴다방 업체 등 투기자들이 정부정책의 헛점을 이용해 이미 수도권 지역 등으로 이동해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분양권 전매 금지조치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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