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베이징(北京)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 25명은 지난 해 장길수군 가족 7명처럼 서울행 꿈을 이룰 수 있을까.중국은 지난 해 6월 길수 가족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진입 4일 만에 이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제3국 추방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북한의 체면도 살려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때문에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에도 길수 사건 처리 전례를 적용할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외적 여건부터 다르다.
중국이 길수군 가족에게 제3국행을 허가한 것은 탈북자의 인도주의적 요구에 부응했다기보다는 중국의 최대 현안인 2008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를 고려한 실리적 측면이 강했다.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할 경우 인권 외면국이라는 비난을 받아 올림픽 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였다.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지금도 이런 측면이 고려되겠지만 유치 전만큼 절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 다른 변수는 유사 사건의 재연 가능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이다. 중국 정부는 길수군 가족 사건을 계기로 “외국 공관이 불법 월경자의 환승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피난처로 택한 장소가 특정 국가의 공관이라는 점도 사건 해결의 복잡성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 당사국 사이에 얽히고 설킨 외교적 난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중국내 외국인에 대한 관할권은 영토국인 중국에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한국 망명이나 제3국 추방 결정은 중국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치외법권 지대인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가 탈북자들을 강제로 끌어 낼 수 없는 만큼 중국과 스페인측간의 교섭에 따라 신병 처리가 결정될 것이다. 양국이 이견을 보일 경우 해결은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스페인은 이날 UNHCR측과 접촉, 사건 해결 방안을 타진하는 등 인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의 입장이다.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북한 간에는 난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일단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다뤄온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章 대변인은 ‘인도주의적 고려’를 거론, 중국이 최소한 이들의 북송(北送)에는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나 길수 가족의 예처럼 이번 탈북자들에 대한 제3국 추방 여부를 두고 중국, 스페인, 남ㆍ북한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결국 탈북자에 대한 국제여론과 당사국간 외교전의 결과에 이들의 서울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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