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대사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 여섯가족 25명의 행로는 자유를 위해 목숨마저 내던진 대 서사극이었다.이들은 성명서에 "불행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 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했다.중국 당국이 우리를 다시 북으로 돌려 보내면 자살하기 위해 독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적었다.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들은 10~52세 남자 13명과 여자 12명 등 모두 25명.고아소녀를포함,아이들이 여럿 포함돼 운신이 극히 조심스러웠던 가운데서도 이들은 언론에 배포할 성명서를 영문으로 작성해 두는 등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한국행을 준비해 왔다.
성명서 등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 한번 이상 탈북을 감행했었던 재탈북자들.그러나 이들의 절박한 몸부림은 번번이 참담한 실패로 돌아갔다.
자신을 치과의사라고 소개한 류동혁(45·함북 무산)씨는 개별 성명서를 통해 "음식과 자유를 찾아 거대한 감옥 같은 북한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털어 놓았다.그는 1996년 처음 북한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나,이듬해 4월 중국 공안에 의해 강제 북송됐다.류씨는 "북한 보안당국이 가족의 옷을 모두 벗긴채 때리고 계속 토끼뀜을 시키는등 심한 모욕을 주었는가 하면,식사도 엿새동안 단 두끼만 주었다"면서 "함께 갇혀있던 탈북자들 모두 일상적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치를 떨었다.
부인(40),딸(10)과 함께 탈북한 리 성(43·공장 노동자·함북 회령)씨는 무려 세번의 탈북과 두번의 강제소환 끝에 이번에 다시 사선을 넘었다.리씨 가족의 첫 탈북은 1997년 7월.20일만에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송환돼 온성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그해 10월 재탈북했으나 또다시 체포됐다.그러나 그는 꿈을 접지 않고 99년 8월 세번째로 북한을 탈출했다.리씨는 "며칠동안이나 교도소에서 나무에 매달려 매를 맞는 짐승 같은 생활을 했다"며 "두번째 붙잡혔을 때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지만 중국공안당국의 수술로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최병섭(52·함북 온성)씨도 97년 부인,세자녀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혀 강제송환됐던 경우.북에 송환된 후 극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는최씨는 "나는 노동당원 출신이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붙잡히면 사형당할 것이 틀림없다"며 몸서리쳤다.
이들은 최근 1~3년 사이에 각자 북한땅을 벗어난 뒤 베이징과 옌지 등에 숨어있다 지난달 초 일본의 '북한 난민구호기금'등 국내외 단체의 보호와 지원 속에 중국 모처에 집결,이번의'거사'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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