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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청계천 복원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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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서울 시장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청계천을 복원하자”는 공약을 내걸자 환경 단체와 학계 일부에서 환경 복원과 서울의 역사성 회복을 요구하며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 전문가들과 서울시, 청계천 주변 상인 등은 교통체증 유발, 막대한 복원 비용,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개천을 살려 맑은 물이 흐르게 해야 할까, 교통 체증으로 숨막히는 서울 도심에 그나마 숨통을 터주고 있는 청계 고가도로를 없애 버려야 할까.

■찬성 /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청계천은 자하문 앞 백운동에서 발원한 청풍계천에서 물길을 열어 광교와 동대문 옆 오간수문을 지나, 왕십리 밖 살곶이 다리 근처에서 중량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옛 서울의 최대 하천이었다.

이런 청계천에 지난 1958년부터 복개 공사가 시작되어 78년에 광화문에서 신답 빗물 펌프장간 5.4㎞ 구간이 완전 복개됐다.

이것은 당시 오염과 악취로 얼룩진 청계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도로 용지의 손쉬운 확보라는 개발주의의 산물로, 도심의 오픈 스페이스로서 하천의 다양한 기능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는 복개된 청계천을 ‘도심의 쓰레기통’이라 힐난하기도 하였다.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는 “발효된 메탄가스의 폭발 위험이 있으므로 청계고가로를 다니지 말라”는 경고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한다.

이후 서울시가 상판 곳곳에 환기 구멍을 뚫어 폭발 위험은 줄었지만 청계천 내부의 탁한 공기가 청계천 주민, 나아가 서울 시민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청계천의 시멘트 구조물로 인한 토지 황폐화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주변의 슬럼화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서울의 도심으로는 너무도 미흡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계천을 복원하여 맑은 물이 흐르게 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를 재창조해야 한다. 동시에 주변을 재개발함으로써 도시 공동화를 막고 서울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의 역사성 회복을 들 수 있다.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청계천의 역사는 서울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이러한 역사성 회복은 서울 시민의 화합과 긍지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둘째, 본래 자연 하천의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수질 및 대기질 개선이 이루어지며, 주변 지역에는 현대 도시가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들어설 수 있다.

셋째, 청계천로 주변 지역이 체계적으로 개발됨으로써 서울 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나아 강남ㆍ북의 경제력 격차가 줄어 서울 지역간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다.

넷째,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함으로써 낭만이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서울을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교통 혼잡, 사업 재원 등을 걱정하나 이는 복원으로 인한 편익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고 능히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심포지엄이나 공청회를 열어 경제성, 환경, 교통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조만간 파리의 세느강처럼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시민들이 맑은 물과 함께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청계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대 / 이인원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로는 한번 개설되면 누구도 쉽게 폐쇄할 수 없는 시설이다.

자기 소유의 땅에 도로가 개설되어 있어도 함부로 도로를 폐쇄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도로의 신설과 변경은 제도적 틀과 적절한 기획, 예산 체제 아래에서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다.

청계 고가도로를 폐쇄하고자 할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서울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환경적으로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당연한 사명이지만 청계천 복원을 선거 공약으로 삼는 것은 좀 무리일 듯 싶다.

서울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이 입안한 것을 후배 건축가가 폐기하자는 것도 그렇지만, 서울시가 중ㆍ장기 계획의 틀 속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을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정말 문제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 할 법규와 현재 시행중인 계획 및 절차를 무시하고 청계천을 복원한다면 서울 교통이 마비될 것은 자명하다.

청계 고가도로는 교통 이용률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도로 중 하나다. 청계 고가도로에서 관측된 교통량 때문에 한국의 교통용량편람(KHCM)을 수정할 정도였다.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종로나 을지로에 비하여 처리 교통량이 3~4배 높으며, 동서 교통 측면에서 볼 때 종로와 을지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교통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폐쇄하고 동쪽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은 전부 지하철을 이용하라고 한다면 태평로,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울 서쪽에 거주하는 시민에 비하여 매우 불공평한 처사라 하겠다.

누구는 느긋하게 자가용으로 출근하고 누구는 지하철로 출근해야 한다면 고급 주거지 형성도 더욱 서쪽으로만 향할 것이다.

또한 청계천 복개로는 기능에 있어 고가도로만은 못해도 청계천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남북교통처리와 함께 주변 사업장의 접근 도로 기능을 하고 있다.

적절한 설계와 평가 절차를 거쳐서 중ㆍ장기 계획의 대안으로 추진하면 청계천 복원이 가능할 듯 싶으나 이 경우에도 도시계획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교통체계효율화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제도적 절차를 따라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차분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무릇 서울 시장은 시정(市政)을 서울시 종합 발전계획의 틀 안에서 결정하고 여러 목표와 기준들의 경중을 잘 가려내야 한다.

우선 순위가 낮은 목표와 기준을 위하여 도시의 경제 활동 증진, 교통 편리 증대와 같은 시급한 일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선거 때라 하여 힘겨운 일을 작위적으로 도모하지 않기 바란다.

청계고가도로는 한국을 홍보하는 책자의 표지에 단골 사진으로 등장하였던 서울의 상징물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조선 태종때부터 치수사업

■청계천의 역사

원래 명칭이 개천(開川)인 청계천(淸溪川)은 조선 왕조의 한양 정도 당시 자연 하천 그대로여서 홍수가 나면 민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혔고, 이를 막기 위해 3대 태종 때부터 지속적인 치수사업이 이뤄졌다.

순조 고종 때에도 준설 공사가 계속돼 이 개천에 놓인 다리는 수표교, 오간수교, 광교 등 모두 24개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초 근대적 도시 계획의 성격을 띈 대대적인 준설 공사가 이뤄졌고 이름도 청계천으로 바뀌었다.

8ㆍ15 광복 후 정부는 청계천의 유지ㆍ관리에 힘을 기울였고 1958년 6월부터 복개 공사를 시작, 60년 4월에 지금은 사라진 다리인 종로 근처의 광교(廣橋) 일대에 처음으로 폭 50㎙의 간선 도로를 만들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67년부터 복개된 구간 위에 도로 건설이 시작돼 69년 지금의 청계 고가도로가 완공됐다.

청계 고가도로는 현재 서울 중구 충무로 2가에서 동대문구 용두동 34번지에 이르는 길이 5.65㎞의 왕복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이며 3ㆍ1고가도로라고도 한다.

청계고가도로는 숨막히는 서울 도심 체증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도심에서 마장동까지 신호를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게 해주며 퇴계로, 남대문로 등과도 쉽게 연결된다.

소파길, 남산공원길과 이어지며 남산1호 터널을 통해 용산구 한남동으로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경부고속도로와도 연계돼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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