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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2)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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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12)이탈리아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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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여신은 20년만에 아주리(azzuri:푸른색)군단에 미소를 지을 것인가. 월드컵 14회 출전에 우승 3회(34, 38, 82년), 준우승 2회(70, 94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90년대는 불운했다.홈에서 열린 90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탈락, 94년 미국월드컵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의 승부차기 패배, 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전에서 프랑스에 승부차기 패배 등 불운에 의한 패배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승부차기 3패는 월드컵 역사상 승부차기 최다 패배. 영원한 우승후보 답게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수비와 화려해진 공격력으로 여전히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전통의 빗장수비 화려해진 공격진

‘공이 가는 길목엔 항상 푸른 유니폼이 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이 공격축구로 변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는 ‘빗장수비’를 이용한 전통의 수비축구다. 수비수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했을 때 지난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도 이탈리아에 앞선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이탈리아 수비의 핵심은 유럽최고의 중앙수비수 알렉산드로 네스타(라치오). 네스타는 탁월한 리더쉽으로 수비라인을 조율하고 있다.

10년 이상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켜온 월드컵 4회 출장의 파올로 말디니(AC밀란) , 허슬플레이어 파비오 카나바로(파르마)등 관록의 노장들은 네스타와 찰떡 호흡을 맞춰 빗장수비를 구축한다. 공격진 또한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취향대로 화려하다.

공격은 골 결정력을 지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고 뒤에서 쳐진 스트라이커가 공격을 도와주는 형태. 득점왕 후보 0순위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비에리(인터밀란), 월드컵 예선 8경기에서 7골을 쏟아부은 필리포 인자기(AC밀란)를 위시로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 델 피에로(유벤투스) 등 누가 주전이고, 누가 후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10번 토티는 2000년 유럽선수권을 통해 크게 성장한 기대주. 트라파토니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토티는 만 10개월 때 해변에서 드리블을 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여우 같은 플레이어.‘이탈리아의 지단’으로 불린다.

90년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같은 공격형 플레이 메이커의 부재로 정상 일보 직전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탈리아에게 토티는 우승컵을 안겨줄 보배로 꼽힌다.

화려한 공격진과 수비진용에 비해 미드필더는 우승 후보국들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평가다. 세리에A 명문팀들의 미드필더들이 대부분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는 허리싸움에서 월드컵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예상 성적

크로아티아, 멕시코, 에콰도르와 함께 편성된 예선G조에서 FIFA랭킹 6위인 이탈리아는 조 1위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예선대진 뿐 아니라 16강 이후의 대진운도 순탄하다. 라이벌 프랑스는 16강에서 잉글랜드나 아르헨티나 등을 상대해야하지만, 이탈리아는 조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폴란드 또는 한국을, 8강에서는 독일, 스페인 또는 포르투갈을 상대하게 돼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면서도 조 추첨 직후 도박사들로부터 우승 2순위 국가로 뛰어오른 것도 그런 이유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빗장수비란

이탈리아 축구하면 떠오르는 말이 바로 카테나치오(Catenaccio : 빗장수비)다.

고대 로마군단처럼 선수 전원이 밀집대형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전형으로 빗장을 닫아놓고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명칭이다.

도시국가간의 분열과 반목의 역사로 겨우 130년 전에 통일을 이룩해 보신(補身)적일 수밖에 없는 이탈리아의 민중성이 카테나치오를 만들었다는 호사가들의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인터밀란과 스코틀랜드의 셀틱이 맞붙은 1967년 유럽연맹컵 결승전에서 인터밀란이 구사한 적극적인 수비전술이 그 기원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카테나치오의 특징은 3~4명의 수비수들이 일자로 서 상대 공격진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풀백 뒤에서 빗자루로 쓸어내 듯 상대전문 공격수를 제압하는 전문 수비수 리베로를 둔다는 점이다.

4~5명의 미드필드진도 겹겹으로 수비라인을 구축해 사실상 중요한 수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수비에 치중하는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은 매우 날카롭다. 특히 순간적인 2선 침투와 스루패스에 의한 역습 능력이 뛰어나다.

‘3_5_2’ 전형으로 굳혀진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의 위력을 실감케 해준 것은 디노 조프 감독시절의 2000년 유럽선수권 준결승전. 이탈리아는 전반 1명이 퇴장당해 10명의 선수가 뛰면서도 20여개의 슈팅을 날린 네덜란드의 가공할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부차기(3_1)승을 일궈냈다.

카테나치오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플레이는 지능적이고 기교에 넘친다. 무조건 상대방의 공을 빼앗으려하기보다는 상대 공격수들의 슈팅이나 패스, 센터링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방해동작을 우선 취한다.

이탈리아 수비수들이 공에 발을 대기도 힘든 상황에서 안전하게 공을 걷어내는 장면도 환상적이다. 30년 이상 이어져온 이탈리아 카테나치오의 전통이 올 월드컵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

"더 이상 이탈리아 축구를 재미없다고 하지말라.” 이탈리아 축구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주역은 현 이탈리아 대표팀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62ㆍ사진) 감독.

트라파토니 감독은 이탈리아를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시킨 디노 조프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조프 감독이 112회나 A매치에 출전한 명선수 출신이라면 트라파토니감독은 유벤투스에서 6차례, 인터밀란에서 1차례 모두 7차례 세리에A를 제패했고,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끈 현역 최고 명장중의 하나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극도로 수비에 치우쳤던 이탈리아 축구를 공격형 축구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이탈리아 전통의 빗장수비를 살리되 세계 최고수준의 공격력을 가미시키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것. 이탈리아에도 파울로 로시, 살바토레 스킬라치, 로베르토 바조 같은 뛰어난 스트라이커들 많았지만 이전 감독들의 수비지향성 때문에 공격수가 빛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탈리아 축구는 경기는 이겨도 내용은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98년 월드컵 당시 체사레 말디니 감독은 5_3_2에 가까운 전형을 선보였고 후임 디노 조프 감독 역시 투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1명을 제외한 전원을 수비에 가담시키는 수비형 축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트라파토니 감독 부임 이후 이탈리아는 확실히 변모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프란체스코 토티가 확실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았고 코코, 지안루카 잠브로타 등 미드필더들이 전진 배치됨으로써 확실한 공격지향으로 탈바꿈했다. 예선 8경기에서 3실점으로 빗장수비의 위력을 보여줬을 뿐아니라 16득점으로 공격력을 입증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아주리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포뮬러 1의 조정석에 앉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주임무는 스타공격수들 중 베스트를 가려 뽑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코스에서 이탈한다”며 선수들의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독려한다. 클럽팀 감독으로서 세계 정상에 선 명장 트라파토니 감독이 과연 월드컵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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