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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 도시] (9·끝)일본인 도도로키의 대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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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 도시] (9·끝)일본인 도도로키의 대구탐방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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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대신동에 위치한 서문시장은 아침부터 북적거렸다.옷감과 한복, 양말, 그릇, 건어물 등 없는 것이 없었다. 늘어선 한복가게와 포목상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개량한복 한 벌을 골랐더니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했던 것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격을 불렀다. 섬유도시 대구를 실감케 했다.

일본에는 사라지고 없는 한국의 전통 재래시장은 외국인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관광상품이다.

조선시대 강경시장, 평양시장과 함께 3대 시장으로 불렸다는 서문시장은 장이 열릴 때 마다 김천 안동 등 인근 경상도의 모든 상인들이 몰려들었던 재래 시장이라고 했다.

일제시대에 활성화하기 시작한 서울의 동대문ㆍ 남대문 시장보다 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300여년의 전통과 값싸고 질 좋은 옷감을 갖춘 포목점을 알리지 않는다면 여느 도시의 평범한 재래시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울 인사동이 상가 정돈을 통해 전통의 거리로 거듭난 것처럼 거리 외관과 매장에 대한 정비도 필요한 것 같다.

한약방과 한의원이 즐비한 인근의 800m 길이의 약전골목에 들어서니 쌉싸름한 약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조선시대 봄 가을에 열렸던 대구 약령시를 복원해 해마다 5월이면 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은 아니지만 골목 입구에 있는 약령시 전시관 전시물을 통해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기간에 사라진 옛 성곽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감영, 읍성, 약령시, 서문시장은 과거 상업ㆍ교통의 중심지로서의 대구를 보여주는 훌륭한 관광거점이 될 수 있다. 월드컵 기간 이 곳의 역사와 전통을 알릴 수 있는 문화 컨텐츠의 적극적 개발이 필요한 것 같다.

대구에는 일본인인 나를 놀라게 한 숨겨진 명소가 있었는데, 바로 임진왜란 당시 귀화한 일본장군 김충선을 모시고 있는 ‘녹동서원’이었다.

시티투어 코스에도 포함되어 있는 이 서원에는 묘소와 위패를 모셔둔 사당 뿐 아니라 충절관 이라는 현대식 강당에 유품ㆍ유물을 구비해 놓고 관광객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다른 개최 도시들이 월드컵을 마치 한국의 단독 개최인 양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라웠다.

이런 방식은 일본인 관광객의 주머니를 노리는 쇼핑 위주의 관광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도시와 달리 당장 큰 돈을 벌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될 계기를 제공해 1회성 관광객이 아닌 단골 관광객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관광수입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국제관계도 향상시키고 도시 마케팅에도 이바지하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국의 월드컵 준비상황에서 눈에 띄게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에 대한 마케팅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외국인을 겨냥한 마케팅은 하지만 외화벌이보다는 오히려 내수를 기대하는 편이다.

특히 대구에서는 거주외국인 자문단을 운영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외국인 자문단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시티투어 운영, 외국어 안내표지판 정비 등 세심한 준비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보다 큰 차이가 있다면 일본에선 한국과 달리 민간에서 이 같은 관광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시의 관광과가 아니라 별도 설립된 재단법인(관광컨벤션뷰로)이 기획 홍보에서 이벤트 실시와 민자 도입까지 일괄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별도 민간법인이 관광 마케팅을 담당함으로써 시청에서 하기 어려운 수익사업도 가능하고 민간분야와의 합작이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대구는 역, 국제공항, 고속버스터미널이 모두 시내 한복판에 있었다. 교통터미널의 교외 이전이 촉진된 다른 대도시와 대조적이었다.

특히 5개의 고속도로가 방사상으로 모여 있어 아주 편리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장의 접근로는 도로교통에 한정되어 있었다.

대중교통 특히 철도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아예 지하철 1호선 변에 경기장을 만드는 배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렇게 도로가 발달해 있지만 대구의 교통질서는 심각한 것 같았다. 도로 위에서 운전자의 새치기가 비일비재 했고 버스전용도로에 침입하는 개인 차량들도 많았다. 난폭운전도 심각해 계속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시내 도로는 차선이 버스의 차폭보다 약간 넓을 정도로 좁아 이 같은 상황을 더 악화하는 것 같았다.

교통환경의 개선은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지만 교통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의 눈에 가장 쉽게 띄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바로 이 교통문화일 것이다.

●필자 소개

도도로키 히로시(일본인)

1970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1998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대 지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 달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월드컵지원연구단에서 근무했다. 본보 오피니언 면에 ‘한국에 살면서’칼럼을 쓰고 있다.

■ 문화유산해설사…유적·역사 안내 '만점'

약령시 전시관과 녹동서원을 방문했을 때 취재팀을 감동시켰던 것은 해박한 역사지식을 갖춘 ‘문화유산 해설사’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였다.

대구시는 관광객의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구향교, 경상감영공원 등 시내 14개 문화유적지에 23명의 문화유산 해설사를 두고 있다. 안내 시간은 주말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지난 해 3월 거주시민 중에서 외국어 실력과 문화유산 지식 등을 평가해 선발된 이들 문화유산 해설사 23명(1기)은 영남대 박물관에서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은 뒤 지난 5월 현장에 파견됐다. 현재 2기 선발과정에 있다. 직업도 퇴직교원, 향토사학가, 가정주부 등 다양하다.

약령시 전시관의 박상기(65) 해설사는 퇴직한 교원 출신. 약령시 전시관을 찾는 관광객들은 박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친 약령시의 역사, 약초의 종류, 유명한 책자, 명의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박 해설사는 영어도 할 줄 알고 일어도 능통했다.

히로시씨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어느 도시에서도 이처럼 통역과 함께 문화 컨텐츠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문화유산 해설사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관광객이 유적지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닌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한 소개”라며 “약령시의 역사, 일본장군 김충선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한 소개 하나하나가 역사도시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박은형기자

voice@hk.co.kr

■시티투어 "따라디니기 벅차요"

대구의 시티투어는 서울이나 일본 도시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유 승강형(hop-in hop-off)’ 이 아닌 패키지형이었다.

하루 종일 요금이 3,000원(일본은 약 1만원 정도)이어서 관광수익보다는 도시홍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국인 자문단의 조언을 받아서인지 다른 도시와 달리 외국 관광객 위주로 완벽한 코스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날마다 7개의 코스가 불규칙하게 배정돼 혼란스러웠다. 또 코스당 7~8개의 관광지가 포함돼 있었는데 하루에 이를 모두 돌아보는 것은 무리다.

시티투어는 대구를 전혀 모르는 초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구의 이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예를 들면 ‘약전골목-서문시장-두류공원-경기장-동학사’ 와 같은 코스를 개발해 단일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엔 3~4개의 관광지와 월드컵 경기장을 포함하는 코스가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현실적인 코스인 것 같다.

시티투어가 패키지형이기 때문에 개별 관광지를 방문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외국인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록리에 위치한 녹동서원을 찾아가려면 서문시장에서 204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 버스를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시내에 관광정보종합센터가 있고 외곽에 관광지들이 있는 만큼 이들 주요관광지를 행선지로 하는 ‘관광버스노선’을 임시로 지정해 관리해야 할 것 같다.

버스에 행선지인 관광명소를 상징하는 그림을 표기하거나 색깔을 입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 ‘관광버스노선’에서는 영어 안내방송이 준비돼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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