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李容湖)씨가 청와대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관계 고위층을 상대로 한 이씨의 전방위 로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씨가 참석한 행사는 2000년 3월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연구소 5,000개 돌파 기념 다과회’.
당시 이씨는 5,000번째 기업연구소로 등록된 ㈜시스웨이브 회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씨는 이날 행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씨가 청와대 행사 참석자로 선발되고 특히 이씨 연구소가 5,000번째로 등록된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공교롭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선발 과정에서 여권 실력자를 상대로 한 이씨의 로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시점이 이씨가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에게 KEP전자 등 계열사 주가조작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무마 사례비로 5,000만원을 전달한지 불과 이틀뒤란 점 역시 예사롭지 않다.
따라서 이날 행사 참석이 정상적인 선발절차에 따른 것인지, 이 전 아태재단 이사에 대한 로비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제3인물이 개입된 또 다른 로비가 존재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특검팀의 과제다.
여권은 이날 청와대로 번진 불길을 진화하기 위해 즉각 해명에 나섰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이씨의 행사 참석 경위와 관련, “청와대 행사의 초청대상자 결정 등은 주무부처의 건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지 청와대 자체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마치 특정인 초청을 청와대가 주관한 것처럼 연관짓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참석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로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권관계자는 "당시 이용호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성장한 기업인으로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행사참석과 이수동씨와의 관련 가능성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청와대 행사는 1주일 이전에 참석자를 결정, 신원조회를 거친다”며 “이수동씨에 전달된 5,000만원과 이씨의 행사 참석을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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