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gag)’라는 영어 단어의 원래 의미는 구역질하다는 것.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코미디와 같은 뜻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최준식(崔俊植ㆍ46)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이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몰라서가 아니라, 미국 문화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잘못 수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교수는 최근 낸 책 ‘콜라 독립을 넘어서’(사계절 발행)를 통해 이미 우리는 문화적, 정신적으로 미국에 종속돼 버렸다고 개탄하면서 문화독립운동이라도 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명쾌한 문체로 가벼우면서도 진솔하게 한국 속의 미국 문화를 다룸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 확산을 꾀하고 있다.
_책에서 강조한 것은 무엇입니까.
“젊은이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잖아요. 그들은 개성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란 백인 머리를 닮고자 하는 것이에요. 아마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는 젊은이는 한구과 일본에만 있을 겁니다. 야구만 해도 그래요. 미국 일본 쿠바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성행하는 운동인데, 우리 역시 야구라면 열광합니다. 미국이 우리의 영원한 ‘이상적 모델 국가’입니까? 지식인도 마찬가지지요. 대학교수들 말마다 영어 섞어 쓰잖아요. 한 여교수는 종강도 하기 전에 아이를 낳으러 미국으로 날아갔어요. 우리 일상에 미국 문화가 침투하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심각합니다. 그런 모습들을 고발한 책이지요. 문화적, 정신적으로 독립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_미국 문화 자체를 나무랄 순 없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미국보다 더 미국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개신교만 해도 미국서는 이미 버린 교리를 가져와 신봉하는 교단이 있습니다. 미국 문화라도 선별적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문제지요.”
_왜 그처럼 미국 문화가 번성하는 것일까요.
“일제와 미군정, 그리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문화가 열등하고 미국 문화가 우등하다는 의식이 국민들 뇌리에 깊게 새겨진 것 같습니다. 미국이 시켜서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했지요.”
_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미국 문화가 워낙 넓고 단단하게 뿌리박고 있어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찾자면 우리 스스로를 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뿐이지요. 사실 우리야 식민지를 경험하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 아닙니까. 전통문화도 뛰어나니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그런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겨야 문화적 독립이 가능할 것 같아요.”
_‘콜라 독립을…’은 바로 그런 주장을 펴기 위해 일부러 출판한 것입니까.
“이런 주제로 해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는 특별한 기획 하에 낸 것은 아닙니다. 틈날 때마다 이런 저런 글을 쓰는 습관이 있는데 최근 쓴 글을 죽 읽어보니 공교롭게도 우리 사회의 미국 문화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이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구나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 같은 현상을 지켜 보고 감시하려 합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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