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하드보일드 하드 럭’“많은 일이 있겠지.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요시모토 바나나(38ㆍ사진)답다.
울음이 나올 것 같지만 주먹을 꼭 쥐게 만드는 것. 중편소설 두 편을 묶은 1999년작 ‘하드보일드 하드 럭’(민음사 발행)에서도 그의 감성은 계속된다.
‘하드보일드’와 ‘하드 럭’은 모두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여자는 사랑했던 여자 치즈루와 헤어지고 하드보일드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뒤 치즈루는 화재로 세상을 떠나고 여행길의 하룻밤에서 여자는 치즈루의 추억과 만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인간의 의식을 바꿔놓는다.
자기 의지로 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만남의 시기가 끝나서 이별한 것이었다. 죽음이 인간 몰래 기다리고 있으니, 이별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서글프지만 징징대지 않는다.
만화를 먹고 자란 일본인답게 바나나는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육중한 죽음과 맞선다. 인간은 만화 주인공처럼 소매로 눈을 쓱쓱 문지르면서 지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한다.
‘하드 럭’에서 또다른 여자는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을 앞둔 언니를 지켜본다. 고통스럽지만 언니를 떠나보내야 한다. 언니와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경험할 수 없어 소중하다.
“언니는 견딜 수 없음뿐만이 아니고, 마냥 농도 짙은 시간도 주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는, 좋은 시간이 백 배 더 좋아진다. 그 빛을 잡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음만이 배가된다.”
언니의 죽음은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로 한다. ‘힘겨운 행운(하드 럭ㆍhard luck)’이다. 삶과 죽음은 그렇게 자리를 바꾼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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