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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25명 북경서 망명요청 / 스페인 대사관 진입과정·주변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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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25명 북경서 망명요청 / 스페인 대사관 진입과정·주변표정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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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섭(52)씨 등 탈북자 25명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은 치밀한 계획과 일사분란한 행동으로 순식간에 이뤄졌다.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이하 한국 시간)베이징 차오양 구 산리툰 9호 스페인 대사관 앞에 집결,중국 공안이 제대로 손 쓸 겨를도 없이 차외법권 지대로 들어섰다.대사관 내에서 식사를 마친 일행은 운명이 결정되기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밤을 지샜다.■목숨을 건 한국행

일행 중 유일하게 본명을 밝힌 최씨는 "다시 붙잡혀 북한에 송환 당할 경우 틀리없이 사형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날 배포한 개인 성명서에서 "한국에서 남부끄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장남은 기독교 선교사,딸은 피아니스트,막내 아들은 축구 선수로 키울 것"이라며 한국행의 꿈을 내비쳤다.이들은 성명을 통해 "독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말해 결사적인 의지를 다졌다.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각자 자살을 위해 쥐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대사관은 즉각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유제니오 브레골라트 대사가 본국에 훈령을 요청했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들이 정치 망명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들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고 있다.모두 건강해보이지만 입을 모아 한국으로 보내달라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외교 소식통들은 스페인 대사관측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중국과 남북한 모두와 접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진입순간

스페인 대사관 인근에 탈북자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은 오전 10시45분께였다.남자와 여자,어린이들이 저마다 야구 모자를 쓰고 청바지를 입은 채 관광객으로 가장했다.이들은 대사관 근처로 이동할 때도 전세 관광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에 머저 탈북자 두 명이 다가가 혼자 경비를 서고 있던 중국 공안요원의 팔을 붙잡았다.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20여명이 쏜살같이 정문을 통과해 구내로 밀고 들어갔고,나머지 두 명도 공안을 밀치고 뒤따라갔다.이들은 베이징 주재 외국 언론사들에 미리 진입계획을 알렸다.AP통신과 CNN등은 거사 2시간전인 오전 9시께부터 대사관 주변에서 기다리며 탈북자들이 입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세계에 타전했다.1분도 안 되는 사이 모두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외신 기자들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대사관 주변

대사관 인근은 공안과 무장 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외곽100여m 반경에는 경계 띠를 쳐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했다.스페인 대사관은 본관이 3층,부속건물 2층의 비교적 큰 건물로 한국 대사관과는 500여m UNHCR와 같은 건물을 쓰는 총영사관과는 300여m떨어져 있다.

이들이 진입에 성공한 후 '북한 난민 구원기금' '국제인권 지원자들'이라고 소속을 밝현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영문 성명서를 배포했다.이들의 망명 요청을 도운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플러첸씨는 "이번 우리의 작전은 제임스 본드 영화와 같았다"면서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핸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독일,미국,프랑스,한국의 인권단체 네트워크가 기번 일을 도왔다"면서 "북한은 지옥 같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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