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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적 미술가 서울서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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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국적 미술가 서울서 퍼포먼스

입력
2002.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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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적으로 중국에 살고 있는 전위 미술가의 퍼포먼스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벌어진다.중국 현대미술에서 주요한 작가로 평가되는 손국연(孫國娟ㆍ43)씨의 개인전과 행위작업이 20일~4월 7일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갤러리 아트사이드 큐레이터 윤재갑씨가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손씨를 알게 돼 초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민간 차원 남ㆍ북한 미술 교류의 한 성과로도 꼽힌다.

손씨의 작업은 현대 사회의 남성 위주 이데올로기는 물론, 역사와 민족이라는 이름아래 이중으로 고통받는 여성성을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구체화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59년 중국 쿤밍(昆明) 출생으로 운남대 도서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한 화가를 사랑하면서 그림의 길로 들어섰다.

북한 국적을 지니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는 중국 화단에서 매우 이색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초기의 회화 대표작인 ‘붉은 인체’ 시리즈에서 그는 신체에 가해진 칼자국 등을 통해 빨강과 노랑의 강렬한 원색 대비로 여성 심리와 생명성을 표출했다.

베이징 화단에 진출하면서는 설치 작업을 시작, 비누 등 일상 용품과 여성의 화장대, 책상을 설탕으로 장식하는 기법을 선보였다.

특히 최근 ‘나의 도시 쿤밍 – 영원함’ 연작에서 그는 스스로의 벌거벗은 몸에 설탕을 바르는 퍼포먼스로 큰 화제를 모았다.

“나의 용모와 신체, 표정과 정신은 시간에 따라 변해갈 것이다. 매년 행하게 될 이 행위는 그 과정의 기록이다. 시간이 자신의 폭력을 사용하여 나를 쇠락시켜, 하얀 설탕이 상징하는 감미로움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게 하는 과정을 목격하려는 것이다”라고 그는 의도를 말했다.

손씨의 가계도 관심을 끈다. 그의 아버지 손기종은 상하이에서 항공학교를 졸업, 북한에서는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로 기록되고 있는 인물이다.

장제스 국민당 총통 전용기 부기장을 지내기도 했다. 손씨는 그간 몇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판문점에서 “왜 나는 하나의 완전한 조국이 없을까, 이해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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