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제인가 혼돈인가“청소년들에게 그동안 우상으로 꼽혔던 정치지도자나 과학발명가, 문학예술가는 연예계 및 스포츠 스타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고 민족의 존엄성과 국가 이데올로기를 품격 있는 문체로 표현한 문학작품은 통속소설의 위세에 밀려난다.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관심을 기울였던 영화 감독들은 이제 얼마나 잘 팔리는 영화를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거대 담론을 양산하던 엘리트 지식층은 설 자리를 잃은 채 대중매체의 영향력 앞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멍판화(孟繁華)교수는 ‘중국, 축제인가 혼돈인가’(예담 발행)를 통해 오늘 중국의 대중문화의 득세 현상을 이렇게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개방이 본격화한 지난 10년 동안 중국문화의 변화상과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전제주의적인 문화패권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양산했다.
계획경제하의 국가 주도로 생산된 획일적인 문화가 시장경제 하에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대중문화로 대체됐다.
지은이는 그러나 현재의 중국 문화는 표피에서는 대중문화의 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피하에서는 국가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전통문화, 엘리트 지식인과 민중들의 대중문화의 충돌 현상이 강하게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90년대 들어 사회사상의 중심적 가치관은 더 이상 통제력을 갖지 못하고 전통적인 우상은 후광을 잃었고 지식인의 위엄을 상실했다.
반면에 시장경제에서 해방을 맞이한 대중은 나른함, 가벼움, 온정, 성애를 드러내는 문화에 환호할 뿐이다는 것이다.
책은 문화 생산주체와 수용형태의 이러한 변화를 소설을 비롯한 문학, 미술, 영화, 가요, 광고,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에 나타난 흐름과 청소년을 비롯한 문화 소비층의 의식을 통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가 왜 일었는지 하는 궁금증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풀린다.
하지만 저자의 시각은 공공담론이나 공동의 관심이 날로 약화하고 개인화ㆍ개성화하고 있는 문화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것같다.
다양한 실례와 현상을 통해 오늘의 중국문화를 묘파하고 있지만 논의의 근거가 경직돼 있다.
시장이 문화를 지배하고 하부구조(경제)가 상부구조(정치ㆍ문화)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적인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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