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가 14일 탈당한 것은 검찰의 수뢰 혐의 수사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유 지사측은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남의 탓’을 했지만 결국 비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데 이론이 없다.
유 지사의 중도 하차로 민주당의 경선 주자는 6명에서 5명으로 줄었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다.
그의 득표력이 제주 울산을 합해 2.3%, 6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유 지사가 그 동안 얻은 38표는 무효로 처리된다.
다만, ‘확실한 꼴찌’가 사라짐으로써 졸지에 제 자리에서 ‘하위권’으로 전락한 정동영(鄭東泳) 후보 등의 심적 부담은 커지게 됐다.
앞으로 순회 경선 도중 지지율이 부진한 후보가 추가로 사퇴할 지도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됐다.
민주당은 김근태(金槿泰) 후보의 사퇴 때와 달리 유 지사의 탈당 및 후보 사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일각에선 갑작스럽 유지사의 수뢰설 부각으로 국민경선 자체가 멍들 위기에 처했던 점을 들어 안도하는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유 지사는 이날 4억원 수뢰 혐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할 때마다 압력에 시달렸으며 경선 참여를 앞두고도 압력을 받았다”며 여권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외압’을 넣었음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유 지사는 “검찰이 경선 후에 수사한다는 말을 언론에 흘려 사실상 경선 참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검찰 탓을 하기도 했다.
유 지사의 한 측근은 “경선 과정에서 유 지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비판하자 일주일 전 당 고위층이 후보를 사퇴하라는 압력을 넣었고 그 전에도 DJ의 경제정책을 비판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DJ때문에 정치적으로 컸던 유 지사가 경선 과정서 DJ의 경제 정책을 지나치게 비판했던 것 자체가 오히려 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대해 당이 전혀 방패막이를 해 주지 않자 유지사가 서운함을 느낀 게 아니냐”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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