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시에 첫 출현한 세 마녀는 알고 보니 행운의 여신이었다. 지수선물, 지수옵션, 개별종목 옵션시장 등의 만기일이 겹쳐 증시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위칭 데이를 맞은 14일 시장은 하루종일 크게 출렁거리다가 막판에 급등, 연중 최고치까지 갱신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콜 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는 이날 하루동안 최고 15배의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막판 1시간 27포인트 급등
이날 지수 움직임은 시장 참여자들의 혼을 쏙 빼 놓았다.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의 가격차를 이용한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만기일을 맞아 상당부분 매도 물량으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출발은 약세였다. 특히 미 증시마저 하락한 탓에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시장이 극적으로 반전한 것은 오후2시부터. 기관들이 2시50분부터 3시까지 10분간의 마감 동시호가에서 ‘깜짝 순매수’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개인들의 선취매에 불이 붙었다. 이에 따라 829.05까지 추락했던 지수는 상승세로 반전한 뒤 급등, 마감동시호가 직전인 2시49분에는 847.35까지 회복했다. 급기야 10분간의 마감 동시호가 이후 공개된 지수는 플러스로 올라선 것은 물론 856.86으로 연중 최고치를 가르키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기관들은 마감 동시호가에만 3,000억원 가까이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최근 투신권 등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며 매수 여력이 커진 기관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며 트리플 위칭 데이 부담에도 지수가 올랐다”며 “특히 기관들이 장중 대규모 매수로 지수가 급등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감 동시호가에 주문을 넣은 것이 막판 지수가 치솟은 배경”이라고 밝혔다.
■기관 매수 여력 관건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세마녀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서울 증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트리플 위칭 데이가 지나갔다고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만기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 차장은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국내 기관들이 이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시장은 800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차장은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국내 기관들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 낼 수 있도록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만기일에 숨어있던 매물들이 오히려 만기일 다음날 나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트리플 위칭 데이의 충격도 감내할 만큼 최근 시장의 체력이 강한 만큼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와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모두 청산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지수는 우상향 하는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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