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많이 받긴….” 지난 연말 ‘피아노’로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조재현(37)은 시치미를 뗐다.백상예술대상에서, 그것도 영화 ‘나쁜 남자’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게 그만큼 감격스럽다는 표시다.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 그야말로 돈 안 되는 김기덕 감독 영화에만 출연한 것이 5회째.
개런티를 더 주겠다는 영화도, 블록버스터 영화도 거절한 채 ‘작가주의 영화’에만 미련하게 매달려온 그가 드디어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91년 연극 ‘에쿠우스’, 93년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백상 연기대상 연극, 영화 부문 신인상으로 그의 출발을 축하했던 백상예술대상이 정점에 선 그를 다시 한번 평가했다.
이번 상은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 ‘수취인 불명’, 올해 베를린영화제에 ‘나쁜 남자’가 진출하자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최면에 건 듯한, 입을 쫙 벌리게 하는 연기’ 등 연기에 대한 찬사가 이어져 베를린에서는 수상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부로 만드는 이상한 사랑의 방식을 가진, “깡패새끼가 무슨 사랑이야”라고 말하는 한기.
“상상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유리나 칼에 찔리는 후반부에서 힘이 좀 달리는 것 같았다”고 자평한다.
‘악어’와 ‘나쁜 남자’를 출연작 중 최고로 꼽는 그는 지난해 ‘피아노’의 인기로 돈을 “쪼금” 벌었다.
요즘 그는 극단 배우세상(대표 김갑수)이 22일부터 공연하는 ‘이구아나’를 연습 중이다. 또 10월까지 ‘청풍명월’(감독 김의석)에서 조선시대 칼잡이로 변신한다.스타가 된 연기자.그의 행보는 올해는 더 빠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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