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편성까지 끝났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학ㆍ과학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 걱정이예요.”‘교차지원 제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3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안이 발표된 13일 고3 수험생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교차지원을 노리고 문과로 방향을 틀었던 학생들은 입시안 발표에 늑장을 부린 교육당국을 일제히 성토했고, 의ㆍ치대 정원 감소 소식을 접한 상위권 수험생들도 발을 동동 굴렀다.
문과에서 이과로의 역(逆) 전과에 따른 파행이 불가피하고, 수학ㆍ과학 실력을 만회하려는 수험생들이 대거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과 홍역 불가피
당분간 일선 고교는 문과생들의 ‘엑서더스’와 이에 따른 재 반편성 등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수학ㆍ과학 등 어려운 과목을 피해 문과행을 택했던 중상위권 학생들은 역 전과 여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일부 고교에서는 “수업이 이미 시작된 상황이라 역 전과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교간 갈등도 예상된다.
서울 H고는 이날 3학년 담임회의를 열고 문과에서 이과로의 전과 희망자 접수를 받아 22일 다시 반편성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50여명의 이과생들이 문과로 전과했던 서울 K고도 이들 학생이 고스란히 방향을 틀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 학교 3학년 담임 이모 교사는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수업이 이미 시작돼 전과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늑장 입시안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대진학 희망자인 S고 3학년 박모군은 “교차지원만 믿고 지난해부터 문과공부만 해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의ㆍ치대 희망자도 비상
내년도 입시에서는 일부 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의ㆍ치대 정원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 의학계열 지원을 희망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K고 3학년 부장은 “이과의 경우 상위권의 상당수가 의대진학 희망자들”이라며 “의대 정원 감소로 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입시 관계자는 “의대로의 교차지원을 노리고 문과를 선택했던 학생들은 학원강의와 과외를 통해 수능시험을 준비할 것으로 보여 이공계 사교육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진학지도 혼선
대입요강이 예년보다 훨씬 늦게 발표됨에 따라 일선학교 진학지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사들은 “수시모집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교육당국이 추천서 수 제한 등의 원칙만 밝혔을 뿐 세부지침을 내놓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 진학 담당 교사는 “내년도 입시에서는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이 의무화돼 수시 지원 대학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데 대입 요강이 늦어져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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