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상봉2동사무소에 설치된 경ㆍ군합동수사본부. 12일 오전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K-2소총강도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군 수사관계자가 뛰어 들었다.“수사 협조 차원에서 준 용의자 리스트를 언론에 공개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호된 질타에 당황한 경찰은 즉석에서 브리핑 폐지와 수사본부 출입금지를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한 눈에도 수모를 당한 형국인데도 경찰의 표정은 별로 불쾌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수사진전이 없는 판에 잘됐다”는 분위기였다.
사실 사건 발생일인 9일부터 지금껏 경찰수사는 “범인은 특수훈련을 받은 수방사 총기탈취범일 가능성이 높다”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금융기관 무장강도 사건은 모두 5건. 해결된 것은 8일 서산 농협 현금수송차량 강도사건 단 한건 뿐이다.
그것도 동종수법 전과자인 범인이 사방에 지문을 남겨놓는 등 워낙 어수룩했기에 쉽게 해결이 가능했다.
지지부진한 수사로 따가운 시선이 쏠리자 경찰은 전날 수사본부장을 일선 형사과장에서 서울경찰청 경무관으로 파격 격상시켰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 리는 없는 법. 막막한 분위기 속에서 그저 “시민 제보가 없어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는 애꿎은 원망들만 무성할 뿐이다.
형편이 이런데 이웃 경기경찰청에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청장집의 개 한마리 찾는데도 기동수사대를 투입, 사방에 전단을 돌리고 집중 탐문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발로 뛰는 수사의 전범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고찬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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