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진입 이후 국내 기업들은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앞을 다투어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맡겼다.무엇이 문제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많은 기업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부작용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컨설팅 수수료 및 성공 보수 요구, 국내 기업의 핵심정보 유출, 정경 유착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진로는 얼마 전 미국계 증권ㆍ투자 자문회사인 골드만삭스증권 및 계열사 등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자사의 채권 주식 매수를 막아달라’고 채권 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진로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골드만삭스가 진로의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 경영 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진로와 계열사들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며 이는 IMF 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진로가 1997년 11월부터 컨설팅을 받기 위해 골드만삭스에 넘겨준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비밀유지 계약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자동차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우차 채권단은 매각 비용 산정을 자문한 모건스탠리와 리자드에 컨설팅 비용 140억원을 지불했지만, 매각에 실패하고 내부 정보만 유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탈세 의혹도 문제다. 이들 회사들은 보통 매출액의 30%를 본사에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더 많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회사도 꽤 있다는 것이다.
■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 회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의 경영 진단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제일 한빛 서울은행은 컨설팅 비용으로 199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700여억원을 사용했다.
그렇지만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진로 소송이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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