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남녀 최우수선수(MVP)를 10년만에 또다시 세터가 독식할 수 있을까. 2차대회 마지막 제주대회(15~17일)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남녀 최강팀의 세터인 삼성화재의 최태웅(26)과 현대건설의 강혜미(28)가 MVP후보로 거론되고 있다.18년 역사의 슈퍼리그(대통령배 포함)에서 남녀세터가 MVP를 수상한 경우는 7차례. 특히 1992년 9회 대통령배에서 이도희(LG정유)와 신영철(상무)이 쟁쟁한 공격수들을 제치고 동시에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살림에 주력해야 하는 특성 탓에 눈에 띄지 않는 게 세터의 운명이지만 그 중요성은 야구의 투수와 맞먹는다. 얼마나 때리기 좋은 볼을 띄우고 블로커를 잘 따돌리느냐에 따라 승부의 흐름이 바뀌게 마련이다.
9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강혜미는 경쟁자가 없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세터다. 토스 스피드가 뛰어난데다 무엇보다 볼 배분이 좋아 공격수들의 신뢰가 대단하다.
주공격수이며 절친한 친구인 센터 장소연과 레프트 구민정이 모두 MVP 맛을 본 적이 있고 다음달 결혼으로 올 대회가 마지막 슈퍼리그가 될지 모른다는 점도 그의 MVP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태웅 역시 3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수재. 라이트 토스는 그를 따라잡을 세터가 없고 볼 배분 역시 뛰어나 레프트 오픈토스만 조금 보강하면 세계수준의 세터계보를 이어나갈 수 있다.
소속팀의 단골후보 신진식(3회)이 2차대회부터 합류했고 김세진(2회)도 1차대회서 부진했던 점이 최태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두 팀에서 강혜미, 최태웅을 빼 다른 팀에 보낸다면 지금처럼 독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배구인들의 말 처럼 두 세터가 동시에 진가를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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