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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두 개의 전쟁'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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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두 개의 전쟁' 수렁속으로

입력
200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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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두 개의 전쟁’이라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총성이 그칠 날 없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 폭력사태는 12일 마침내 사실상 전면전 상태로 비화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병력 2만 명에 탱크 130여 대, 무장 헬기 등을 동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전역을 침공했다.

팔레스타인에서 포성이 높아가는 사이 이라크쪽에서는 갈수록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이날 요르단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한 것은 미국이 이라크전으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디뎠음을 말해준다.

관측통들은 이번 체니 부통령의 임무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스라엘 터키 등 중동 9개 국을 돌면서 대(對)테러전을 이라크로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 지역 국가들로부터 동의라기보다는 최소한의 묵인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 이라크전

중동 국가들은 앤터니 지니 중동특사의 순방과 겹치는 이 같은 미국의 이중 외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이라크 침공 이전에 일단 팔레스타인 전선의 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프랑스 소재 아랍국연구소 앙투안 바스부 소장은 “체니는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이고, 지니는 중동 위기를 완화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으로서는 두 개의 전쟁은 너무나 위험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중동 국가들로서는 그 이상이다. 압둘라 2세가 체니와의 회담에서 “대 테러전을 이라크로 확대할 경우 지역 안정이 흔들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얻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집트 터키 사우디 시리아 지도자들도 한결같이 이라크전이 지역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이미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할 경우 종교적ㆍ민족적 그룹간 내전상태가 촉발되고 이는 주변국들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일 소지가 농후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이란이 이라크 내 시아파의 이슬람 정권 수립을 지원하고 나선다면 왕정인 사우디 쿠웨이트 요르단 등으로서는 결코 좌시할 수 없을 것이다. 터키까지 석유가 풍부한 북부 쿠르디스탄에 욕심을 낸다면 중동은 그야말로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닫게 된다.

■전면전 상태의 이ㆍ팔 분쟁

지난 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니 특사의 중동 복귀를 명령한 이후 이스라엘이 보인 군사 작전은 선전포고 없는 전쟁과 다름 없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집무실 등 팔레스타인 시설물에 대한 본보기 보복 공격 차원에 머물렀던 이스라엘의 공세는 지난 주말부터 주민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구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이스라엘군은 11일 밤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도로 여기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시를 점령하는 등 1982년 레바논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을 결행했다.

샤론 총리의 강공에는 지니 특사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최대한의 실리를 취해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이 중동 사태에 직접 개입하기 전 팔레스타인측을 최대한 밀어 붙여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4일 이스라엘에 입국하는 지니 특사를 통해 이스라엘에 폭력 종식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세는 팔레스타인측의 고강도 보복 테러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은 이스라엘 군의 진격 전에 라말라시 등을 빠져 나가 보복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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