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 의원의 경선 후보 사퇴는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한다.개혁성을 무기로 현실의 두터운 벽을 돌파하고자 했던 한 정치인의 중도 포기가 현장정치의 척박함을 새삼 절감케 한다.
이를 조금이나마 포용해주길 거부한 국민 경선 환경의 협량함도 피부에 와 닿는다. 하지만 경선 초입에 과감하게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에서는 참신함과 용기가 읽혀진다.
자신에 불리하다 싶으면 검은 것도 희다 하고, 죽기 살기로 끝까지 가고 보는 우리의 정치 풍토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말이 그렇지 적지 않은 후보 등록금(2억5,000만원)을 이미 냈고 주변 지지자들의 성화가 있는 데도 후보 사퇴라는 결단을 내리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김 의원은 정치 자금에 대한 고해 성사를 할 때부터 심적 갈등이 많았을 것이다.
돈 선거의 악습을 끊자는 취지에서 발등을 찍는 심정으로 불법 자금 사용을 고백했으나 이내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은 이유야 어디 있든지 간에 김 의원의 행동을 평가했지만 경선에서의 지지도는 급락, 급기야 꼴찌를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그는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한 뒤 많이 울었다고 한다.
무엇이 군사정권의 모진 고문 아래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김 의원의 정치행보를 후보등록→고해성사→후보사퇴라는 갈 지(之)자 걸음으로 내 몰았을까.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김 의원 자신의 현실 판단력이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아무 거리낌 없이 김 의원의 판단력을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정치가 상식선에 있는지를 곰곰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김 의원의 후보 사퇴가 출구 없는 정치판에 한줌 청량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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