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천직 느껴" "지금은 과도기"“영화계가 제게 채찍질을 하는 것 같아요. 데뷔할 때 어머니가 책상에 써 붙여준 글, ‘작은 찬사에 동요하지 말고 커다란 비난에도 아파하지 말라’는 뜻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배두나)
“학교 다닐 때는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기분이 좋네요. 관객들이 ‘고양이를 살려달라’고 운동을 펼친 것도 고마운데 말이죠.” (이요원)
신인들 중 연기자라는 이름으로 살아남는 배우는 얼마나 될까.
참신한 작가주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감독 정재은)로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배두나(23)와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은 이요원(22)은 그 첫 관문을 통과했다.
‘신세대 표상’이라는 수식에 따라 붙었던 ‘일회성 연예인’이라는 우려를 떨쳐냈다.
둘은 어리지도 원숙하지도, 여성적이지도 터프하지도 않다. 배두나는 아웃사이더 같으면서도 ‘범생이’이고 이요원은 발랄한 것 같으면서도 내면이 깊어 보인다. 그 경계에 선 듯한 느낌에 있다.
그럴만한 나이다. “사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배우도 아닌데 과분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듣다. 하지만 이제 슬슬 연기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배두나)
“계속 연기자로 살아갈지 아직은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연기나 표정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면.”(이요원)
둘은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여배우다. 1998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배두나는 ‘플란더스의 개’(2000년)에서 무덤덤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연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흥행에 실패한 ‘청춘’에서도 그녀만은 돋보였다. 역시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이요원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는 남자들에 가렸지만, 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사람에게 ‘고양이를 부탁해’는 둘에게 연기와 영화, 관객에 대해 생각케 해준 계기였다.
배두나에게는 “그야말로 캐릭터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알게 한 영화”이고, 이요원에게는 “내 안에 숨은 연기자적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였다.
“어떤 영화 보다는 어떤 역할인가가 중요하다”는 배두나.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이제 자꾸 생각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늘어간다”는 이요원.
두 배우 모두 연기에 푹 빠졌다. 올해는 배두나는 ‘복수는 나의 것’과 ‘튜브’로, 이요원은 ‘서프라이즈’로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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