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부장 승진 '쾌속' 부장→임원 승진 '정체'대기업들이 인사 원칙을 능력과 성과 기준으로 바꾸면서 인력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사원에서 부장직까지는 ‘고속주행’, 부장에서 기업의 별 임원까지는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기간을 입사 후 18년에서 14년으로 단축했다. SK텔레콤도 최근 성과보상제를 확대해 사원에서 부장까지 승진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17년에서 16년으로 줄인 가운데 능력에 따라 최단 7년에 승진이 가능토록 제도를 바꿨다.
인사적체가 심했던 포항제철은 올해 승진 상한제를 도입해 부관리직(부장급)은 기존보다 4년 단축된 15년, 관리직은 2년 줄어든 20년만에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실시한 인사부터 사원∼부장 승진기간을 21년에서 18년으로 3년 줄이면서 직급별 승진연한보다 1년∼3년6개월 먼저 승진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대한항공, 한솔제지, 한솔CSN 등도 새 인사제도 도입을 통해 승진 연한을 크게 단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등 현대관련 기업들은 계열분리와 체 구조조정과정에서 이미 많은 인력들이 정리된 터라 사원에서 부장까지 최저 18년이면 승진이 가능하다.
인사적체를 풀고, 능력자를 우대하기 위한 이 같은 인사제도로 부장급 간부직 사원이 과도하게 양산되는 것이 문제다. 바뀐 인사원칙이 부장까지만 적용돼 사원들이 일찍 승진할 기회는 많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부장이 임원이 되는 길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LG전자는 부장이 기존 근무기간(5년)을 지나 임원 승진을 못해도 최장 12년6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고, 삼성전자와 SK는 부장이 임원에 오르는 승진 연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중간 간부인 부장 층이 그만큼 두터워 ‘장수부장’이 많아지는 구조다.
포철은 이에 따른 조직운영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과장급(총괄급) 이상을 대상으로 특별 휴직제를 도입하고, 능력ㆍ성과에 따른 연봉차이를 현행 8.9%에서 13.5%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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