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는 북한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20세기 스포츠 사상 최대 이변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의 월드컵 8강 진출을 다룬 다큐멘터리 ‘목숨을 건 게임’이 5월 영국 TV에 방영된다.‘아시아의 펠레’ 박두익(67)을 비롯, 생존선수 7명과의 인터뷰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분량이 20시간에 달하는데 현재 편집 단계에 있다.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 주석은 “우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유색인종을 대표한다.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무대에서 유색인종의 힘을 과시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 주석은 그러나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한 뒤 “한 두 경기만 이겨도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하는 등 8강 진출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와의 예선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박두익은 “한국전에 참전한 영국에 대한 적대감이 강했고 적국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영국정부는 외교관계가 없던 북한선수들의 입국 허용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며 한국정부는 비자발급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3-5로 역전패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경기 전날 술집에서 외국여성들과 술을 마신 사실이 적발돼 일부 선수들이 탄광과 정치범수용소 등으로 추방됐다는 일본언론의 보도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한봉진은 “이탈리아팀과 같은 숙소를 썼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낀 박두익이 자기방에서 같이 자자고 했다.
숙소를 빠져나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금도 국가적 재난 등을 ‘또다른 코리아’라고 표현한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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