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105년 역사상 40대 행장이 처음 탄생해 보수적인 은행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조흥은행 행장추천위원회(위원장 안충영ㆍ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12일 홍석주(洪錫柱ㆍ49) 상무를 차기 행장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홍 상무는 이날 이사회에서 승인절차를 거쳤으며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위성복(魏聖復) 행장의 후임으로 공식 선임된다.
광주 출신으로 경복고를 나와 1976년 조흥은행에 입행한 홍 상무는 지난해 부장을 맡은지 1년만에 기획재무담당 상무로 승진, 금융계의 주목을 받았다.
40대 시중은행장은 홍 상무가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에 이어 두번째이며 동갑(1953년생)인 하 행장과 서울대 상대 동기동창이다.
임원으로 승격된 지 1년밖에 안된 홍 상무가 행장으로 추대된 것은 보수적인 인사관행상 파격적이지만 “민영화 작업과 지주회사 설립 등 조흥은행의 주요 현안을 처리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골랐다”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13명의 임원중 최연소인 홍 상무가 은행장에 발탁됨에 따라 나머지 임원들은 자의반 타의반의 퇴진압력을 받게 됐으며 이강륭(李康隆) 이완(李完) 부행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물러나는 위성복 행장은 이사회 상임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행장이 사석에서 홍 상무를 차기 행장으로 지목할 만큼 두 사람의 관계가 각별했고, 실제로 홍 상무를 행장으로 추천한 사람도 위 행장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위 행장의 입김이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1명으로 줄어든 부행장에 위 행장의 측근인 홍칠선(洪七善) 상무가 내정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흥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 그동안 사외이사가 맡아왔던 비상근 이사회 의장을 상임회장으로 변경하고 상임회장이 주관하는 확대이사회(행장등 집행이사 모두 참여)를 매분기 1회에서 매달 열기로 해 ‘위성복 회장-홍석주 행장’이라는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 상임회장과 은행장과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도 예상된다.
한편 조흥은행의 물갈이 바람은 다른 시중은행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위 행장(39년생)과 김경림(金璟林ㆍ42년생) 외환은행장이 사퇴함에 따라 60대 은행장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재 12개 시중은행장 중 43년생(59세)인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 이인호(李仁鎬) 신한은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55세 이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홍석주 조흥은행장 내정자
홍석주 조흥은행장 내정자는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장 합병을 실행하기는 곤란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등이 성공하면 리딩뱅크 문턱에 들어서는 만큼 서울은행뿐 아니라 다른 우량은행들과의 합병도 주도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복(魏聖復) 현 행장의 이사회 상임회장 선임과 관련, “행장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운용의 묘를 살리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 행장은 앞으로 조흥은행의 중장기적 전략과 밑그림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인사방침과 관련, “현재 13명의 임원들이 모두 나보다 연장자지만 전문가적 자질이 있는 분들이라면 앞으로도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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