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서 이례적 침묵…배경싸고 해석 분분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사회를 보던 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국무위원들의 토론 후 “대통령 말씀을 듣겠다”고 말했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문 것이다.
평소 김 대통령이 10~20분 정도 맺음말을 했기 때문에 이날의 침묵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해석됐다. 표정도 어둡고 굳어 있었다. 자연 국무회의는 썰렁하게 끝났다. 국무위원들은 회의 후 김 대통령의 ‘침묵 퍼즐’을 짜맞추느라 여념이 없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각의 느슨함을 질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노조 파업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하이닉스 등의 구조조정이 진척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의약분업 파동 때,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낙마 때에도 국무회의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던 점을 반추해보면, 이런 분석은 그럴 듯하다.
일각에서는 아태재단과 차남 홍업(弘業)씨가 게이트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데 대한 불만일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처신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수 있고, 이용호 비자금의 수사의 본질이 아닌 언론문건, 인사청탁 등을 부각시키는 특검에 대한 불편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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