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혈맹’이었고 대 이라크 작전에도 가장 적극적인 연대를 표명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갈수록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대 테러전 확대에 대한 의회 반발이 적지 않은 데다 일부 각료 사임설까지 나도는 등 국내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레어 총리는 11일 런던을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회담한 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그가 획득한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위협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결론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했을뿐 예상됐던 구체적인 대응 방식이나 영국의 참여에 대해서는 어떤 발언도 나오지 않았다.
대 이라크 강경 대응 발언을 적지 않게 쏟아냈던 블레어 총리의 태도 변화는 최근 하원에 이라크 공격 반대 동의안이 제출되고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 온건파 각료의 사임 가능성까지 제기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원 동의안에는 노동당 출신 의원만 60여 명이 동참하고 있어 적지 않은 압력이 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는 “미국은 영국을 옆에 둬서 나쁠 건 없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은 장식물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지난 주 미국의 수입철강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일방적으로 도와주기만 하고 미국에게서 얻은 게 무어냐”는 비난이 적지 않다. 철강 분쟁으로 영국 내 고용 사정이 악화할 경우 여론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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