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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트레킹 - 봄에 취해서 한걸음… 경치 취해 두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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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트레킹 - 봄에 취해서 한걸음… 경치 취해 두걸음…

입력
200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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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나른하다. 바깥으로 나와 걸어보자. 트레킹이다. 트레킹은 산보와 산행의 중간. 특히 연인과 가족 여행의 테마로 좋다. 봄햇살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트레킹 명소 세 곳을 꼽아본다.80리 강길 이틀여정 적당

▼남대천길(강원 양양군)

남대천은 북쪽으로 흐르는 흔치 않은 강 중의 하나다. 오대산(1,563㎙)과 응복산(1,360㎙)의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계곡수가 깊은 산중에서 한 데 모였다가 양양의 돌투성이 땅덩어리를 따라 북진한다.

동해로 흘러드는 대부분의 하천이 시멘트 공장 등으로 제 색깔을 잃었지만 남대천은 여전히 건강하다. 봄에는 은어, 가을이면 연어가 회귀하는 모천(母川)이다.

하류 양양읍에서 상류 법수치리로 이어지는 80리 강줄기를 따라 길이 나 있다. 한꺼번에 걷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두 부분으로 나누면 이틀간의 트레킹으로 제격이다.

첫 날은 양양교에서 어성전리로 이어지는 약 22㎞ 코스. 모두 8개의 다리를 지그재그로 건너며 남대천을 끼고 도는 415번 지방도로가 놓여 있다.

큰 비가 내려 강물이 성을 낼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모래톱이 드러나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수리, 도리, 장리등 예쁜 이름의 마을들이 이어진다.

예사 농촌마을의 모습이 아니다. 마을마다 깔끔한 통나무집이 들어서 있다. 큰 도시 외곽의 전원 주택촌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 농사를 짓지만 민박도치기 위해 집을 근사하게 지었다.

어성전(漁城田)은 ‘물고기가 많고 산이 성벽을 이루며 땅이 기름지다’는 의미.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에 좋다는 뜻이다.

오지 여행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계곡을 따라 사람 허리 정도의 얕은 소가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강변에 그늘을 드리운다.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는 차가운 물이 압권이다. 민박집이 많다.

다음날은 어성전리에서 법수치리를 잇는 약 11㎞ 구간을 주파한다. 비포장과 시멘트포장이 뒤섞인 길을 따라 간다. 법수치리는 정말 오지 중의 오지였다.

6ㆍ25때 패퇴하던 인민군이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 골짜기를 건너다가 매복했던 우리 군경과 큰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법수치리는 산나물과 약초로 삶을 이어가던 산골 마을이었다. 몇몇 오지 여행가들에 의해 간혹 소개가 되던 이 마을은 최근 몇 년 사이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전기가 들어 오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의 대부분 가옥이 서양식 혹은 한국식 통나무집으로 개량됐다.

집집마다 위성수신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TV를 시청한다. 이동 전화도 잘터진다. 양양군청 관광문화과 (033)670-2251

곳곳 모래톱, 어디든 쉼터

▼송천 (강원 강릉시)

정선에는 조양강이 흐른다. 송천과 골지천 등 두 물길이 어우러진 강이다. 그 중 하나인 송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해 평창군 횡계리를 가로질러 정선에 이른다.

한 때 탄가루가 섞여 흐르던 먹물천이었지만 이제 송천의 물빛은 제 색을 찾았다. 바닥에 하얗게 쌓인 석회석 모래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하늘색으로 변한다.

트레킹 코스는 정선군 북면 구절리 종량동에서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닭목재까지 약 20㎞. 물을 따라 왕복 1차선 도로가 뚫려 있다.

강릉땅이지만 정선에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꼬마열차의 종착역 구절리에서 약 5㎞ 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종량동이다.

노추산이라는 명산이 오른쪽으로 버티고 있고,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인 오장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봄이 깊어지면 물길을 따라 연분홍 진달래, 흰 돌단풍이 꽃을 피운다. 각종 기암도 널부러져 있지만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톱도 많다. 다리를 쉬고 쉽다면 아무 모래톱에 앉거나 누우면 된다.

동초밭, 가락동, 소란 등 정겨운 이름의 마을들이 나타난다. 마을이래봐야 3~4가구에 불과하다. 조금 규모가 있는 마을은 트레킹 코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한터.

자그마한 가게가 있는데 민박이나 야영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곳이다.

대기리에서 가까운 새터에서 길과 냇물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수하계곡을 지나 횡계로 빠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이 대기리에 닿는 길이다.

길은 송천과 이별하고 대기천과 만난다. 송천만큼 크지는 않지만 물빛은 만만치 않다.

동트기 전에 출발하면 하루에도 주파가 가능하지만 이틀 일정이 적당하다. 숙식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강릉시청 관광개발과 (033)640-4540

계곡ㆍ폭포 절경… 藥水도 유명

▼주왕산

주왕산은 돌산이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석병산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등산로는 바위를 타지 않는다.

돌 사이로 거의 평지와 같이 이어진다. 험한 산임에도 불구하고 산길은 편하기 때문에 등산이라기 보다는 트레킹이다.

주왕산의 특징은 깊은 계곡물. 청량산, 월출산 등 다른 바위산에 물이 거의 없는데 반해 주왕산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을 갖고 있다.

바위산을 타고내리는 계곡, 당연히 멋진 폭포가 이어진다. 큰 폭포는 모두 3개.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

제1폭포는 거대한 돌 웅덩이 속에서 만난다. 학소대를 지나 철다리를 타고 돌 틈으로 들면 사방이 돌로 둘러쳐진 곳에 이른다. 돌항아리 안에 서 있는 듯하다. 그릇의 한쪽 모퉁이로 폭포가 떨어진다.

제2폭포는 여성스럽다. 물이 작은 웅덩이를 만나 한바퀴 돈 뒤 다시 떨어진다. 가녀린 물줄기이다.

제3폭포가 가장 웅장하다. 강렬한 힘의 2단 폭포이다. 그 힘에 커다란 소가 만들어졌고 그 소의 옆구리 바위까지 패였다.

제3폭포를 지나 약 10분을 오르면 진귀한 풍광을 만난다. 해발500㎙ 지점에 잠실운동장만한 분지가 펼쳐지고 이곳에 내원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가족산행이라면 이 곳이 반환점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신라시대부터 있던 마을이란다. 주민이 차린 찻집 내원다원이 있고 옆에 석청이라는 이름의 샘물이 있다. 맑은 물맛에 고생했던 다리까지 시원하게 풀린다.

주왕산에 올랐다면 달기약수와 주산지를 빼놓을 수 없다. 모두 주왕산 자락에 있다. 달기약수는 조선 철종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낙향하여 마을 사람들과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발견한 약수.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약수에 끓인 닭백숙이 맛있다. 주산지는 1720년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 인공저수지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신비롭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린 30여 그루의 왕버드나무 때문이다. 수령이 300~500년인 왕버드나무는 물 속에 머리채를 드리운듯 서 있다.

조금 있으면 푸른 잎이 돋는다. 푸른 물과 그 물에 머리를 감는 신록. 온몸으로 봄을 느낀다. 주왕산 관리사무소 (054)873-0014

글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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