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가상 공동체와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아우디 스포츠카와 학생들의 낙서 얼룩진 교과서가 한 전시장에서 만난다.아트선재센터(02-733-8940)가 16일부터 4월 14일까지 여는 젊은 여성작가 4인의 ‘Blink’(섬광 혹은 눈의 깜박임)전은 다양한 매체의 응용ㆍ설치작업을 통해 시대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첨단의 미술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참여 작가들은 김소라(37) 남 지(27) 양혜규(31) 정혜승(29)으로 공히 해외에서의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호평을 받은 20~30대이다.
김소라가 선보이는 ‘3M 프로젝트’는 관람객들을 시장판으로 끌어들인다. M은 market(시장)이다.
관객들이 맥도날드의 아이콘과 크리스찬 디오르의 핸드백에 상상의 가격을 매기게 하고, 실제 전시장에서 껌을 팔기도 한다.
현실적 가격ㆍ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관습적 사고를 뒤엎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서울대, 파리고등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스페인, 베이징 등지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남 지는 기계문명을 비판한다.
인간의 손과 사이보그의 손이 연결되거나, 두 사람의 발이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모형으로 연결된 작품들은 비인간적인 기계문명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동경하고 또 기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중적 경향을 드러낸다.
그는 계원조형예술대를 졸업하고 작가 이불과 4년여 공동 작업을 해왔다.
서울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대를 나와 현재 유럽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양혜규는 현재 한국의 가장 일상적인 풍경을 통해 소외된 가치들을 찾아내려 한다.
골목길에 나뒹구는 쓰레기 봉투, 쓰러진 오토바이, 공원 한켠에서 누군가 찾아와 앉아주기를 기다리는 벤치, 학생들의 낡은 교과서가 그의 전시 물목들이다. 관객은 스스로가 주인공인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정혜승은 인터넷 상의 컬트적 문화현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인터넷의 익명적 존재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가상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전시의 주제다.
샌프란시스코 미술학교를 수학한 정혜승은 문화를 상징하는 색상인 파랑으로 인간의 관계 맺기를 유도하는 ‘블루 타운 프로젝트’를 국내외 전시를 통해 선보여왔다.
신선한 시각과 강렬한 표현으로 바로 오늘 2002년의 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명의 큐레이터가 각각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기획한 독특한 작업방식으로도 주목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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