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신뢰상실…新黨나와 희망줘야"≪박근혜 의원이 정계개편 회오리의 핵으로 부상했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을 업고 당선됐던 그는 정계입문 4년 만에 그 자신이 대통령을 꿈꾸는 벅찬 도전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암중모색을 하고있는 그를 장명수 본사 발행인이 11일 만나 대담을 가졌다.≫
대담=장명수 (발행인)
_대선이 있을 때마다 신당이 출현하고, 후보가 난립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식상하고 있다.
다당 구도가 되면 결국 지역정당으로 가고, 과반수 미만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은 정국 장악이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왜 신당을 만들겠다는 건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정권교체를 이루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1인 지배 체제가 굳어진 정당,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한국 정치는 신뢰의 상실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역량을 가진 정당이 나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기존의 정당들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왜 한나라당은 안되나
거듭되는 쇄신요구 수용못할 만큼 黨 경직
-신당에 참여할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인가.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제한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나 성향은 불문에 붙일 건가.
“민주적인 정당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과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가 중요한 것이다.
국민도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지금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무슨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이 아니다. 이 당으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떠난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왜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총재로는 안되겠다는 건가.
“당에 있을 때 당의 비민주적인 운영이나 1인 지배 체제에 대해서 수없이 비판했다. 당을 떠난 지금 다시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나는 국회의원이 된 후 가는 곳마다 좋은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좋은 정치를 하기위해서는 당의 쇄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은 나의 쇄신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체질이 굳어 있었다. 내가 탈당 명분을 축적하기위해 주기적으로 무리한 쇄신요구를 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민주당에서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려 하고 있다. 선출된 후보가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와 연대할 가능성도 있는가.
“민주당의 실험은 진행 중이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기존 정당과는 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의원이 불과 4년이라는 의정활동을 통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는 아버지의 후광, 둘째는 타성에 물들지 않은 박 의원의 신인 다운 문제제기, 셋째는 오랜 정치부패에 진저리 치면서 여성 대통령이라면 뭔가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요인들은 역으로 박 의원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먼저 박정희 향수가 있는 반면 그에 대한 저항과 분노도 매우 강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민주적인 당 운영을 요구하며 탈당했다는 사실에 쓴 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아버지를 극복할 것인가.
“내가 민주주의에 남다른 의식을 갖는 것은 바로 아버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조국근대화라는 그 시대의 소명에 충실했고, 가난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다.
그러나 독재자라는 비난이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있다.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본 나는 아버지가 우선 근대화를 이루고 그 다음에 민주화를 이루려고 했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오해를 받는 것이 나는 가슴 아프다. 이땅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박 의원은 이회창 총재에게 박정희 시대와 관련된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말해줄 것을 여러 번 촉구한 적이 있다.
최종길 교수 등 그 시대의 억울한 죽음들이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역사관을 가져주기를 기대하는가.
“내가 부총재로 함께 일하는 처지에서 이회창 총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이 총재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분들에게 어떤 역사관을 가져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또 최종길 교수 등 그 시대의 희생자들이나 유가족에 대해서는 죄송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 與후보와 연대 가능성은
與정치실험 평가 일러 기존정당과 손 안잡아
-이 나라의 정치는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여자로서, 신인으로서,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신인으로서의 강점은 오랜 관행이나 부패구조에 물들지 않고 가장 중요한 문제, 기본적인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인의 눈에 문제점이 더 잘 보일 수 있다. 여성으로서의 강점도 마찬가지다. 남자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에서 관행적으로 저질러온 잘못들을 여성이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부패의 근절, 인권의 문제, 대결과 분쟁의 해결 등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약점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강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처지에 와 있다. 여성들이 더 많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확실하게 정치가 변할 것이다.”
_지금 박 의원에게 쏟아지는 높은 관심은 거품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또 박 의원의 경력은 의원으로서의 4년이 전부인데,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 대한 지지는 어떤 지역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다. 경기 강원 충청 호남 등에서도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뜨겁게 전해져 오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지지자 중에는 여자가 약간 많지만, 남자들의 지지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또 20대 30대 젊은 층의 지지가 많은데, 이것은 아버지의 후광뿐 아니라 나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나는 어려서 부터 권력의 파괴력이나 무상함, 사람을 쓰는 어려움에 대해서 보고 자란 사람이다.
또 나는 부모님을 총탄에 잃는 엄청난 불행을 겪었다. 그런 일을 겪고나면 다른 일들은 좀더 쉬워진다. 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강인한 사람이 됐다.”
■ 아버지 어떻게 극복할건가
민주주의 노력하는 것이 내 사명
_박 의원은 부모님을 잃고 오랜 단절 끝에 정치일선에 나왔다. 무엇이 그런 결심을 하게 했나.
“IMF사태가 그런 결심을 하게 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룬 경제발전인데 허무하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47살이었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자각도 했다. 운명이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나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할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_앞으로 신당을 만들어 킹 메이커가 될 생각인가.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또 당은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이제 시작이다.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민주적으로 의논해 나가면 방향이 나올 것이다.”
정리=이동국기자
east@hk.co.kr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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