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칼라스가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castadiva)을 불러 ‘디바(여신)’의 칭호를 얻은 이래 이 단어는 위대한 소프라노에 바치는 찬사가 됐다.오늘날 이 낱말은 남발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미국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43)은 디바로 불릴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비슷한 연배인 돈 업쇼, 바바라 보니와 나란히 미국 소프라노 트로이카를 이루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플레밍이 28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독창회를 갖는다.
음반으로만 그를 만나온 팬들이 오래 기다려온 무대다. 하르트무트 횔의 피아노 반주로 헨델, 구노,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아리아와 드뷔시, 슈트라우스,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을 노래한다.
화려하고 서정적이면서도 기품 넘치는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로 ‘백작부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는 플레밍의 부드럽고 기름진 음색을 ‘더블크림’에 비유하면서 “나는 그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바 있다.
AP통신이 선정한 ‘90년대 최고 성악가 10인’에 포함되기도 한 그는 동족 디바 중 다수가 까탈스런 공주병 환자인 것과 달리 소박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다.
패션 잡지 ‘보그’의 표지, 앤 클라인과 롤렉스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는가 하면, 뉴욕의 고급식당이 ‘디바르네’라는 요리를 선보일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다.
고등학교 성악 교사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말보다 먼저 노래를 부르며 자란 그는 1988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 역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95년 데카 레이블과 전속계약을 맺고 오페라 전곡, 아리아와 가곡 등 16종의 음반을 선보였으며 그래미, 그라모폰 등의 음반상을 받았다.
고전ㆍ낭만의 전통적 레퍼토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의욕적인 가수이기도 해서, 앙드레 프레빈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98) 콘라드 수자의 ‘위험한 관계’(94) 코릴리아노의 ‘베르사유 궁의 유령’(91) 등을 세계 초연했다.
팝 음악과 재즈도 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 이스트만과 줄리어드 음대에서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기 전 2년간 뉴욕의 바에서 재즈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요즘도 앙코르로 재즈를 즐겨 부르곤 한다. 이번 내한공연의 끝 곡도 데이브 그루신이 편곡한 레이먼드 허벨의 ‘가련한 나비 부인’이다. 앙코르로 백작부인의 재즈를 기대해도 좋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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