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출산예정인 김모(33ㆍ서울 성북구)씨는 이 달초 출산(산전ㆍ후)휴가를 신청했다가 자존심만 구기고 말았다.회사측 인사과 관계자는 다짜 고짜 “3개월은 불가능하니 굳이 가려면 2개월치 봉급을 줄 테니 사표를 쓰라”며 휴가 신청서를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여직원이라고는 경리 2명뿐인데 3개월을 비우면 다른 직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회사를 그만 둘 수 없는 처지인 김씨는 결국 이 달 말부터 2개월간만 출산휴가를 가기로 하고 만삭의 몸을이끌며 힘겹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실태
정부가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 60일(사업주가 급여 지급)인 출산휴가를 90일로 늘리고 연장된 30일분에 대해 고용보험에서 최고 135만원까지 급여를 지급키로 한지가 벌써 5개월째.
그러나 ‘3개월 출산 휴가’는 회사측의 비협조와 적은 급여 등으로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홍보대행업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28)씨도 지난 달 출산휴가신청 당시 사측이 재계약 거부까지 들먹이며 은근히 협박하는 바람에 2개월만 신청했다.
이씨는 “규정상으로는 3개월이 가능하지만 사측의 곱지 않은시선 때문에 주변에서 3개월 휴가를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3개월 출산휴가를 가더라도 3개월째가 상여금 지급 달일 경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도 많아 여성 근로자들이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스스로 3개월 휴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여성민우회 등에는 출산휴가 관련 상담이 하루에 수건씩 끊이지 않고 있다.
■쥐꼬리 출산급여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3개월째 급여가 너무 적어 출산휴가를 줄이는 사례도적지 않다. 지난달 말 첫 아들을 낳은 서울 강남의 벤처업체 직원 이모(28)씨가 전형적인 케이스.
회사측이 업무공백을 이유로 기간을 줄여달라고 간청하는데다 고용보험으로부터 받게 될 급여가 평소 받는 월급20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어 3개월 휴가를 포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3개월 출산휴가자와 고용보험 예산을 지나치게 많게 추산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연간 8만여명이 2,000억원 이상의 출산휴가 급여(3개월째)를 받아 갈 것으로 보고 급여상한선을 135만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사이 출산휴가 급여 신청자는 891명으로 지급액은 7억5,693억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해출산휴가 급여 신청자는 많아야 3만명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3개월 출산 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2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제도 시행초기인 만큼 각종 문제점을 파악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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