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자 한국일보 포럼 ‘철도 단계적 민영화’ 찬반론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싶다.현재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쟁점은 민영화를 단계적 혹은 전면적으로 실시하느냐는 것과는 별개로 철도 민영화 자체에 대한 찬반이 있다.
포럼은 철도 민영화를 기정 사실화하고, 철도 민영화 찬성론자 두 분의 기고가 대립적인 것처럼 게재하였다. 생산적 논의를 위하여 실제 논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기고자들은 매각 시점을 기준으로 단계적 민영화와 전면적 민영화를 구분하고, 전자를 공기업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한국 철도는 2003년 7월부터 운영이 철도운영주식회사로 재편돼 사실상 민영철도가 된다.
이 때부터 한국철도는 주식 지분 크기와 관계없이 수익성에 의거하여 시장 기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 기고자들은 철도 민영화가 추진되더라도 국가가 시설의 건설, 유지, 보수를 맡게 되므로 공공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도시설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의 주요 재원은 민간 자본으로 이루어진다. ‘무늬’는 공단이지만 실제는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상업적 공단이다.
기고자들은 철도를 민영화해야 하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굳이 유추하자면 경영자립을 이루지 못하는 적자 체제를 문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철도의 적자는 한국 사회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사회적이고 건전한 적자이다.
노인ㆍ학생ㆍ군경에 대한 요금 할인, 지역 적자노선 운행, 군수물자 수송 등 공공적 역할에 따른 적자이다. 정부가 제대로 보상만 했더라면 한국 철도는 오히려 흑자 조직일 수 있었다.
기고자들은 또 철도 민영화가 대세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세계 120개 국가 중에서 철도가 국영으로 운행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6개국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120개 국가의 철도는 국영, 공영, 민영으로 구분되며 이중 민영 철도는 22개국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철도 민영화 모델이었던 영국, 뉴질랜드의 철도가 공영화로 되돌아오는 상황이다.
필자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한다. 철도 민영화가 세계적 대세도 아니다. 적자를 없애겠다는 이유로 요금을 인상하고 적자노선을 폐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 철도기업은 높은 이윤을 얻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대신 공공 철도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 계층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형평에 맞게 철도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제 진정한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을 논의해야 한다.
오건호ㆍ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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