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2002 한일월드컵 최대의 다크호스다.같은 A조의 강력한 우승 후보 프랑스의 그늘에 다소 빛이 가린 면이 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미 유럽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선 축구 강국이다.
모르텐 올센(52) 감독은 세계 최강인 프랑스에 이어 조 2위로16강에 오르는 게 당면 목표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16강 진출은 필수일 뿐 내심 월드컵 최고 성적인 8강을 뛰어 넘어 축구 ‘4대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인구 533만명의 작은 나라 덴마크가 4강을 노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우선 대부분의 선수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등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다.
명장 올센 감독이 부임한 2000년 7월이래 월드컵 유럽 예선 6승 4무를 포함해 A 매치에서 9승 4무 1패를 기록, 팀 분위기도 한층 고조돼 있다.
이 기간 유일한 패배를 안긴 프랑스에도설욕을 했다. 외신들은 “안데르센과 인어 공주의 나라 덴마크가 극동 아시아판 동화를 준비하고 있다”며‘돌풍’을 예고했다.
▼힘만 좋은 게 아니다.
4-4-2 시스템을 주로 쓰는 덴마크는 북유럽 특유의 큰 체격을 앞세워 전형적인 힘의 축구를 구사한다. 빈 공간에 볼을 찔러주고 측면에서 돌파해 센터링을 올려 주는 ‘킥 앤드 러시’가 특징. 또 수비와미드필드진은 몸싸움과 압박에 강하다.
그러나 덴마크 축구는 힘에만 의존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공수 연결이부드럽고 안정적이다.
예스퍼 그뢴카에르(첼시)가 리드하는 미드필드진의 날카로운 롱 패스에 이은 2선 침투와 공간을 활용한 측면 돌파는 정교하고 위협적이다.
주장 얀 하인트체(38ㆍPVS아인트호벤)가 이끄는 수비진은 정확한 위치 선정과 능숙한 커버플레이 등 프랑스에 버금가는 철벽 방어를자랑한다.
게임당 0.6골을 허용한 골키퍼 토머스 쇠렌센(선덜랜드)가 지키는 골문도 탄탄하다. 30대 노장의 풍부한 경험과 마르틴 라우르센(24ㆍAC밀란),토머스 그라베센(25ㆍ에버턴) 등 신진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공격의 핵 에베 산
부동의 투톱 에베 산(29ㆍ샬케04)과 욘 달 토마손(25ㆍ페예노르트)이 뿜어대는화력은 가히 유럽 최고 수준이다.
특히 예선 10경기 중 8경기에 출전, 9골을 뽑아내 유럽 예선 최다 득점을 기록한 산은 간판 골잡이로 손색이없다.
183㎝, 78㎏의 탄탄한체격의 산은 분데스리가 2000~2001 시즌에서 22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한창 물이 올라 있다.
또 토마손은 수비 2,3명을 가볍게제치는 현란한 개인기와 함께 번개 같은 슛을 쏘아대는 전천후 스트라이커다.
이들 투톱은 1992년 유럽 선수권 우승의 주역인 브리안-미하엘 라우드럽형제의 은퇴에 따른 공백을 메우면서 정상급 골게터로 군림하고 있다.
덴마크의 유일한 단점이라고한다면 비 유럽팀과의 경기 경험 부족. 1991년 이후 129회의 A 매치를 가졌으나 유럽을 제외한 남미ㆍ아프리카 등 대륙 팀과의 경기는 22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조의 우루과이나 세네갈에 비해 덴마크의 전력이 한 수 위라는 데 대해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프랑스월드컵 8강… 신흥강호로 떠올라
덴마크는 1904년 돛을 올린 국제축구연맹(FIFA) 창립 멤버지만 1980년대까지 월드컵과 인연이 멀었다.
올림픽에서는 1908년과 12년, 60년 등 세 차례나 우승했지만 월드컵에서는유럽의 변방에 속했다. 이는 서유럽에서 가장 늦은 78년 프로리그가 출범되는 등 아마추어의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또 월드컵 본선 데뷔 무대인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스코틀랜드와 우루과이,서독을 차례로 꺾고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유럽 정상급은 아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승점 1점차로 아깝게 본선 티켓을 놓쳤다.
그러나 내전에 시달리던 유고의 대타로 출전한 92유럽선수권에서 독일을 물리치며 우승하는 등 착실히 내실을 다졌고 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복병 나이지리아의 돌풍을 잠재우며 8강까지 진출, 유럽의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더 높이 비상을 꿈꾸는 덴마크의 저력은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열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533만명)에 비해 등록선수가 23만6,000명(클럽수 1,514개)에 달할 정도로 축구인구 비율이 매우 높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올센 대표팀 감독
모르텐 올센 감독은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1970년부터 89년까지 20년 가까이 덴마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 매치에만102번이나 출전했던 현역 시절보다 오히려 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올센은 덴마크가 월드컵에 첫선을 보인 1986년 멕시코 대회 16강전 스페인과의경기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덴마크는 당시 미드필더로 나선 올센이 전반 33분 선취골을 뽑는 등 주도권을 잡는 듯 했지만, 경험과 뒷심 부족으로1-5로 어이없이 무너졌다.
올센은 “그때는 월드컵이 처녀 무대였다”면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만큼 이번에는 최소 4강은 진출해야 한다”고말했다.
올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혹독한’ 지도자 수련을 받았다. 1993년 4월 FC 쾰른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독일 사람보다 더독일적”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엄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했다.
그러던 그는 95년 8월 FA컵에서쾰른이 지역 리그 아마추어 팀인 베쿰전에서 한 골도 얻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자 인책론에 밀려 팀에서 쫓겨나는 아픔도 겪었다.
올센은 그러나 유로 2000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대표팀에서 물러난 보 요한손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은 2000년 7월 이후 팀을 재정비, 덴마크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에 끌어 올렸다.
올센은 “주전들이유럽 각 리그에 흩어져 있는 팀의 성격상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개인보다는 조직이우선”이라고 강조했다.
6월6일 세네갈과의 대구 경기 킥 오프 시간이 오후 8시30분에서 3시30분으로앞당겨지자 “더운 날씨에 강한 세네갈에 유리한 결정”이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던 올센은 “조 2위 정도의 실력은 충분하고 16강 이후에도 좋을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00번이 넘는 A 매치에서 딱 한번 경고를 받는 등 거칠지 않은 두뇌 플레이를 자랑했던 그는 “힘만앞세우는 축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에게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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