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시절 신민당의 창당은 당시 ‘제도야당’이었던 민한당으로부터 정통 야당세력의 대거탈당과 이로 인한 민한당의 붕괴를 거쳐 이루어졌다.김영삼 김대중 두 김씨가 주도한 신민당은 1985년 12대총선 직전 급조됐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하며 정치적자유를 갈망하던 시민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로 일약 강력한 야당으로 탄생했다.
이후 신민당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이어지기까지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담아낸 현실정치의 선도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금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신당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의 민주계 인사들이 운위하는 바로 그 신민당이다.
한나라당의 분열상과 민주당의 혼돈상이 그 때의 신당인신민당을 등장시키던 시대적 필연과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작금의 신당론이 기존의 정치체제를 깨거나 뛰어 넘으려는 욕구와 흐름의 존재를 반영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나라당의 분열상을 가속화시킨 것은 반대내지 주변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단적 1인총재체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동(反動) 현상이다.
또한 민주당의 혼돈상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인한 정치주체의 혼란과 집권핵심층의 연속적 부패사건이 빚어낸 권력공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과거의 잘못된 행동원리와 관행들이 여전히 관성을 발휘하는 정치문화와, 새로운 정치패턴을 희구하는 신진 가치가 뒤섞여 갈등을 빚는모순이 무거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순리적으로 정리할 능력을 갖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실이있다.
대선을 가까이 두고 신당론의 출현이 유별나게 이상할 것도 없다는 느낌이 이런 상황들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정권교체기에 이르기까지 생각나는 정치행위들이 결국 욕설과 험담, 쓰레기같은 흑색선전, 그리고 이런 것들을 도구로한 공격을 위한 공격들, 요컨대 싸움질이 대부분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본질의 정치를 본적이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본질을 두고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잊은 채달려온 지난 4년이다. 신당이든 뭐든 새 틀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는 이유이다.
박근혜의원이 말하는 신당이 반드시 이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당일 리는 없다.
동기와 능력, 특히 주변이 아직 모호하고 이념적 지향은 더더욱 불분명하다. 아직까지는 소수반대파로서의 공격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창당까지 이르더라도 종국에 거품정당이 되지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 일이라면 2년 전 총선 때 민국당에서 이미본 적이 있다.
흐름은 일고 있지만 본질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다. 정파적 이해득실과 이기적 생존전략의 냄새가 더 짙게 풍기는 요즘이다. 정밀하게 지켜봐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시절로 들어서고 있다.
조재용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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