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서울에 거주하는 일본인 사이토 히로코(齊藤浩子ㆍ39ㆍ학원강사ㆍ여)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될 수 있으면 지하철을 이용한다.지하철은 각 노선별 지도 속에 역 이름이 영문과 한자로 병기돼 있는 등 행선지를 찾아가기가 버스보다 쉽기 때문이다.
시내버스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불편함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기피 대상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서울시는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외부에 부착돼 있는 행선지 표지판에 영어와 한자를 병기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하지만 이런 표지판 개선책이 발표되자 마자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노선도를 보고 천천히 따져봐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판에 순식간에 지나치는 버스 외부 표지판의 행선지 이름을 어떻게 알아보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버스 회사별로 색상을 통일시키면서, 기ㆍ종점과 주요 경유지를 영어및 한자로 병기하는 버스 외부 표지판을 다음달부터 부착하도록 할 방침이다.
우선 도시형버스 6,580대를 대상으로 버스 전면 및 후면 유리창과 내리는 문 옆 외부에 새로운 표지판을 달 예정이다.
대당 교체비용 14만1,000원씩, 총 사업비 9억2,850만원이 들어가는데, 비용은 버스뒷문 유리창 일부를 광고면으로 활용해 충당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월드컵 등을 앞두고 외국인관광객들도 별도의 안내문 없이 버스에 부착된 표지판 만을 보고 행선지로 향하는 버스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창에 적힌 지명을 보고 버스를 타라고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 물음에 사이토 히로코씨는 고개를 젓는다. “버스가 마구 달려와 급정거한 뒤 다시 급출발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작은 글씨로 씌어진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지금의 버스 표지판은 크기도 작은 데다 주요 경유지만 적어놓고 있어 초행길 내국인들에게도 큰 도움은 주지 못하는 편이다.
앞으로 가로 세로 각각 1㎙도 안되는 작은 표지판에 3개국어가 병기되면 그나마 표기되는 경유지역수도 줄어들고 글씨도 작아져 오히려 내국인들의 불편만 커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측은 “외국인들의 대중교통이용 편의를 위해 이번 사업을 계획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버스승차에서 불편을 느끼는 것은 서비스 부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朴用薰) 대표는 “초행길 외국인이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 유리창 등에 적힌 지명을 확인하고 버스를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지하철 노선도처럼 노선위에 영문 등으로 지명을 적어놓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외국인들의 버스기피 이유는 ▦청소상태 불결 ▦급출발 등 난폭운전 ▦불편한 입석방식 등에 있다”며 “광고게재로 나오는 수익금 등은 이런 서비스개선 등에 쏟는 것이 전체적인 버스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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