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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11·끝)포연속에 피어나는 평화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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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슬람] (11·끝)포연속에 피어나는 평화의 염원

입력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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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중북부 해발 375㎙ 고지에 자리잡은 도시 나사렛.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수태의 계시를 받았다는 이 곳은 ‘마리아 수태고지 교회’로도 유명하다.정면 폭 30㎙, 길이 70㎙의 이 대형 교회 앞으로 수십 ㎙ 떨어진 자리에 이제 막 기초 공사를 끝낸 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최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정부의 공사 중지 명령으로 멈춰선 모스크(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이다.

기둥 16개를 세우고 중단된 사원 건축은 벤야민 네타냐후, 에후드 바라크 노동당 정권의 승인 아래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설계 보조금까지 받았다. 무슬림 성자의 무덤을 안치한 600년 된 모스크를 대체해 면적 750㎡에 3층 높이로 지을 이 사원의 건립을 반대한 사람은 이 지역 기독교 지도자들이다.

사원 건축이 끝내 불허될 경우 이 자리는 당초 나사렛시의 계획대로 쇼핑몰이 들어설 염려까지 있어 무슬림들은 예배일인 금요일마다 3,000~4,000명씩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곳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할릴 아부빌랄(52ㆍ건축업자)씨는 “나사렛 인구 7만 5,000여 명 가운데 무슬림이 70%”라며 “이 곳의 모스크 10개 면적을 모두 합해도 수태고지 교회에 못 미치는 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사원 건축을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나사렛 사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서로 관용하지 못하고 반목하는 편협한 종교관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브레이크를 찾지 못하는 충돌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보복 공격으로 8일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는 하루만에 팔레스타인인 48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2000년 9월 샤론 당시 리쿠드당 당수의 예루살렘 성전산(Temple Mount) 방문으로 촉발된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봉기)는 물론 1987년 1차 인티파다 이후로도 최악이다. 이날 사태를 포함해 1년 5개월 동안 희생자는 약 1,500명(팔레스타인인 1,100여 명, 이스라엘인 300여 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분쟁의 기폭제가 민간인 희생까지 감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들의 자살폭탄 테러라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샤론 정권 이후의 강경 정책들이 충돌을 더 격화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전면 양도 불가 ▦유대인 정착촌 유지 ▦예루살렘 분할 반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불허 등 샤론의 정책에 대해 아랍은 물론 유럽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분쟁 격화가 원인이 되어 이스라엘 경제도 건국 이후 최악이다. “경제난이 결국 샤론을 겨누는 총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쟁 해결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

하지만 양측의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수록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노력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달 250여 명의 이스라엘 예비군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근무를 거부하는 청원서에 연대 서명을 시작했다. 이른바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고, 그들을 굶주리도록 만드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이 운동은 사실상 전쟁 상태인 이스라엘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이스라엘의 퇴역 장성들과 정보 요원 1,000여 명이 모여 결성한 ‘평화안보위원회’도 비슷한 시기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허용해 유혈 사태를 종식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최대의 평화단체인 ‘피스 나우(Peace Now)’가 지난 달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며 연 평화 집회에는 1만 여 명이 운집해 평화에 대한 염원을 실감케 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40가정이 모여 살며 청소년들이 종교, 민족, 영토 갈등을 넘어서도록 돕는 평화학교를 운영하는 네베 샬롬 마을, 시몬 페레스 현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이 1997년 설립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사회경제 협력,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페레스 평화 센터도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평화 정착 노력의 일부다.

테러가 끊이지 않는 예루살렘 중심가의 ‘하다림’이라는 음식점에서는 유대 스타일과 아랍 스타일을 함께 섞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평화를 위한 샐러드’를 팔고 있다.

35세켈(9,900원)이라고 적힌 하다림의 작은 메뉴판에도 끊없는 유혈 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작지만 큰 소망이 담겨 있다.

예루살렘ㆍ나사렛=김범수기자

bskim@hk.co.kr

■이스라엘 메레츠당 부총재 코헨의원

“아리엘 샤론 정권의 강압정책과 이에 맞선 인티파다(봉기)는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게도 재난입니다.”

집권 리쿠드 당의 정책을 반대하고 나선 이스라엘의 좌파 성향 메레츠 당 부총재 랜 코헨(63) 의원은 “샤론 정권 출범후 팔레스타인은 3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손실을 입었고, 팔레스타인보다 경제력이 15배나 큰 이스라엘은 200억 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헨 의원은 그러나 “평화를 위한 노력이 이스라엘의 정착존 건설과 팔레스타인의 테러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살폭탄 테러는 이스라엘인의 증오를, 정착촌 건설은 팔레스타인인의 증오를 부르고 있다”면서 “증오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사태 해결은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고 진단했다.

코헨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최종 해결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본다. 그는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넓히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정착촌 확대를 중지하고 기존의 정착촌을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이스라엘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메레츠당은 노동당의 연정 탈퇴를 요구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들과 만나 화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재야단체인 ‘피스 나우’ ‘그린 라인’ 등과 연대해 정치 기반 넓히기에 나섰다. 그는 “정권 교체만이 평화 회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이 '점거'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 땅이 되었다가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의 거주를 허용한 동부의 요르단강 서안과 남서부의 지중해 연안 가자 지구를 말한다.

팔레스타인이 행정ㆍ경찰권을 모두 행사하는 이른바 A지역과 이스라엘이 경찰권을 보유한 B지역으로 크게 나뉜다. 오슬로 협정 직후 넘겨 받은 A지역은 가자시티, 라말라, 예닌, 나블루스, 베들레헴 등의 큰 도시들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전체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의 59%, 가자 지구의 40%는 2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이 145개 정착촌을 만들어 점거하고 있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철조망으로 보호 받는 유대인 정착촌 인근에는 어김 없이 이스라엘 군 부대가 있다. 정착촌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용하는 도로와는 별도의 전용 도로를 통해 자치지역 외부로 왕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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