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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ㆍ판타지는 이성의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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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ㆍ판타지는 이성의 비상구"

입력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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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문학과 경계' 열풍진단판타지(환상소설) 장르인 ‘해리포터’시리즈와 영화 ‘반지의 제왕’이 선풍적 인기를 얻고 그리스ㆍ로마신화 읽기가 유행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신화와 판타지 열풍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계간지 ‘문학과경계’ 봄호는 ‘왜신화와 판타지인가’라는 기획특집을 마련하고 신화와 판타지 바람은 21세기 인류가 이성 중심의 근대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해방의 출구’로 신화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교수는 ‘해방의 출구인가, 억압의 장인가’라는 글에서 인류가 단지 일시적으로 신화와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신화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근 본적으로는 “지속적인 발전을 약속했던 근대의 이성이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화에 빠져든다고.

이 교수는 “대중들도 복제인간, 유전자조작식품 등 과학기술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이성의 한계와 역기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의 경계가 사라진 가상 세계 구현이 가능해진 점도 신화적 세계의 재현을 가능케 했다.

김현자 서울대 종교학과 강사는 ‘21세기 문명과 신화’란 글을 통해 “근친살해나 근친상간 같은 신화의 엽기적인 요소가 최신 연구에 따라 기존 체제를 전복하고 극복한다는 의미로 풀이되면서, 과학시대의 한계를 극복할 영적 지혜로 신화를 보기 시작한 데도 인기요인이 있다”고 풀이한다.

장영란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강사는 ‘우리 신화학의 현주소’란 글에서 “신화는 우리에게 일상적이고 친숙한 이야기로 보편적이면서도 초월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꼭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화는 종교의 억압, 철학의 중압감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종교와 철학이 추구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 필자는 우리 사회의 신화열풍이 문제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장씨는 “우리의 신화 읽기는 입문서격인 토마스 벌핀치의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국한돼 있다”며 ‘일리어드’와 ‘오디세이’등 그리스 로마의 고전읽기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노동3권, 사상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지 않고 지역주의와 연고주의가 잔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성을 내팽개친 채 신화와 환상만을 좆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처럼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 “서양 신화는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이항대립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우리 고유의 신화와 사고와는 다르다”며 대신 “대립을 하나로 아우르는 화쟁(和爭)정신을 담은 우리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권했다.

김씨는 “서구 신화와 달리 동양의 신화는 생태적 사고를 담고 있어 서양 신화만을 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화 열풍의 이면에는 유행이 일면 잠시 불었다 곧 사라지는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이 숨어있다”고 경고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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